'생존율 낮은' 췌장암…갑작스런 황달·체중 감소·당뇨 악화 땐 의심을
지난 9일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배우 김영애 씨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12년 췌장암을 선고받은 뒤 암 투병 중에도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해 연기 투혼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샀다. 김영애 씨뿐 아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세상에 내놓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영화 ‘사랑과 영혼’ ‘더티 댄싱’ 등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세계 최고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소리 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알려진 췌장암은 말기에 가까워져야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받았을 때는 치료법이 많지 않아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췌장암의 원인 증상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생존율 낮은' 췌장암…갑작스런 황달·체중 감소·당뇨 악화 땐 의심을
◆생존율 10%에 불과

'생존율 낮은' 췌장암…갑작스런 황달·체중 감소·당뇨 악화 땐 의심을
조기 검진과 치료 기술 발달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췌장암은 생존율 상승과 거리가 먼 암이다. 췌장암은 국내 10대 암 중 치료 성적이 가장 나쁘다. 환자 대부분이 진단받은 지 1년 안에 사망한다. 5년 생존율은 10.1%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3년 9.4%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췌장은 길이 15㎝ 정도의 기관이다. 위장 뒤쪽, 몸 가운데에 있다.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간 담낭 등의 장기에 둘러싸여 암이 생겨도 발견하기 어렵다. 췌장은 소화액인 췌액과 호르몬을 만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췌장암은 췌액을 운반하는 췌관에 생기는 암이다. 췌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에서도 암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암은 췌관에서 생긴 암보다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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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국내 췌장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50대 이상 남성 환자가 가장 많다. 암을 발견한 뒤 생존 기간은 4~6개월에 불과하고 수술을 한 뒤에도 5년 이상 생존율이 10% 미만일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황달·체중 감소 보이기도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다른 암에 비해 암 발생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 전단계 병변도 뚜렷하지 않다”며 “다만 고령이나 오래된 당뇨병,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흡연 음주 커피 육식 등이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는 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자각이 어렵다. 주로 복부 통증이 생기지만 초기 증상이 모호해 진료 없이 지나치는 환자가 많다. 통증은 주로 명치 끝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복부 좌우상하 부위를 가리지 않고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암세포가 췌장 주변 신경으로 퍼졌을 때는 상복부, 등 부분의 통증도 느낀다. 복부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췌장 주위로 암이 침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통증 없이 병원을 찾는 환자보다 생존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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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환자에게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는 황달이다. 황달이 생기면 진한 갈색이나 붉은색 소변을 보게 된다. 황달이 있으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황달과 함께 열이 난다면 막힌 담도에 염증이 생겼다는 신호다. 막힌 부분을 신속히 뚫어주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몇 달에 걸쳐 체중이 줄기도 한다. 이상적인 체중을 기준으로 10% 이상 줄어든다. 췌액이 적게 나와 흡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식욕 부진, 통증으로 인한 음식물 섭취 저하, 췌장암의 간 전이나 원격 전이도 체중이 줄어드는 원인이다.

소화기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소화가 안되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암이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을 막으면 지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변에 지방이 많이 섞여 대변이 평소와 달리 물 위에 떠 있고 옅은 색의 기름도 많아 보일 수 있다. 암세포가 위장으로 퍼지면 식후 불쾌한 통증, 구토, 오심 등이 생긴다.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40세 이상 성인에게 갑자기 당뇨병이나 췌장염이 생기면 췌장암 발생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모두 다른 소화기 질환에서도 생기는 증상이고 이들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몸 곳곳에 암이 퍼져 수술을 못하는 3~4기로 진단되는 일이 많다. 이희성 이대목동병원 간·췌장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암은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고 복강 깊숙한 곳에 암이 생겨 내시경, 복부 초음파로는 발견이 어렵다”며 “췌장암을 조기에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라고 했다.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장기 흡연자, 만성췌장염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복부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생존율 낮은' 췌장암…갑작스런 황달·체중 감소·당뇨 악화 땐 의심을
◆금연 등 건강 습관 중요

췌장암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잘라내는 것이다. 췌장암 초기로 진단받아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면 수술법은 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췌장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함께 자르는 췌장 절제술을 한다.

이 교수는 “췌장은 주변 여러 장기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절제가 쉽지 않고 췌장을 절제하더라도 직경이 매우 가느다란 췌관과 소장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췌장암 수술은 외과 수술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져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의학기술 발전으로 수술 가능한 췌장암이 이전보다 늘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활용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췌장암으로 진단됐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해 이른 시일에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췌장암 수술은 암세포가 주변 혈관으로 퍼지지 않고 췌장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항암 치료를 한 뒤 수술하기도 한다. 췌장암 환자 중 수술 가능한 환자는 20~25% 정도다. 아직 췌장암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이들에게는 증상을 줄이고 생존하는 동안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한다.

윤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일단 암이 진행한 뒤 발견되면 생존율이 낮은 무서운 질환”이라며 “암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흡연 음주 등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평소 건강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외과 교수, 이희성 이대목동병원 간·췌장담도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