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가 "청와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느낀 심적 부담감을 법정에서 고백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오모 서기관은 "예술계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오 서기관은 "기본적으로 BH(청와대) 지시사항이 공무원에게는 가장 강력하다"며 "지시를 하면 거부하지 못하며 기본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스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는 드렸지만, BH와 연결되는 것이라 저항이란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는 과장, 국장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오 서기관은 이 같은 지시의 출처가 김 전 실장이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검찰이 말하는 협박은 범죄가 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며 "업무상 지시가 강력하게 내려갔다고 (이를) 협박·강요라고 생각한 적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협박은 모르겠고, 강요된 측면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관리하는 예술정책과에 근무했던 오 서기관은 청와대로부터 진보 성향을 지닌 특정인을 콕 집은 지원 배제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또 2015년 4월엔 당시 조 전 장관이 이끌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정무리스트'란 제목으로 59명의 지원을 배제하라는 취지의 문건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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