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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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3시 께 서울 광화문에 암컷 멧돼지 한 마리가 출현해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1m에 달하는 멧돼지는 서울 한복판을 헤집고 다니다 운행 중이던 택시와 충돌해 목숨을 거뒀다.

도심 한복판에서 멧돼지가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소방서가 엽사를 동원해 사살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 출몰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가 출동한 횟수는 총 548회로 2011년의 43회의 약 13배에 달한다

최근 먹이가 부족한 춘궁기를 맞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민가로 내려왔다가 사살되거나 로드킬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면 야생동물의 활동과 먹이 섭취가 왕성해진다. 하지만 서식지에는 야생동물이 먹을 만한 음식이 아직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굶주린 야생동물들이 도심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등을 먹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멧돼지는 한국 생태계에서는 상위 포식자가 거의 없어 개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전국 야생 멧돼지 개체 수는 3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라니 역시 봄철 도심이나 민가에 자주 출몰하는 야생동물이다. 고라니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 목록에 '취약' 동물로 지정될 만큼 개체수가 많지 않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안정적으로 서식 밀도가 유지된다.

고라니의 주요 서식지는 산기슭이기 때문에 도심이나 민가에서 쉽게 발견된다. 특히 서식지를 옮기기 위해 도로를 건너는 경우가 많아 로드킬 당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2~2016년 국내 고속도로 로드킬 사고 1만1379건 중 고라니 로드킬은 1만 51건으로 88.3%에 달한다. 월별로 보면 서식지 이동이나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철에 사고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도심이나 도로에 출현하는 야생동물이 늘어날수록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공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동포획단을 운영하고 순환수렵장을 여는 등 야생동물 피해 예방 및 포획에 힘쓰고 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멧돼지나 고라니도 자연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적정 마릿수를 유지하도록 조절하고, 먹이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서식지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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