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시카고 타자기' 미스터리·로맨스에 환생, 타임슬립까지…종합선물세트? 섞어찌개?
훌륭한 종합선물세트일까, 맛없는 ‘섞어찌개’일까. 7일 첫 회를 내보낸 케이블채널 tvN의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 대해 방송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는 배우 임수정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임수정은 이 드라마로 2004년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임수정은 지난 5일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읽고 출연하고 싶었다”며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로워 첫눈에 반했다”고 출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제작진 면면도 화려하다. 2012년 시청률 40%를 넘긴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와 지난해 화제를 모은 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연출한 김철규 PD가 의기투합했다.
tvN '시카고 타자기' 미스터리·로맨스에 환생, 타임슬립까지…종합선물세트? 섞어찌개?
세 명의 등장인물이 극을 이끌어간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 한세주에게 집착하는 문학 마니아 전설(임수정 분), 천재적 필력을 지녔지만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대필 작가 류진오(고경표 분)다. 드라마는 2017년을 사는 이들이 80년 전 만들어진 낡은 타자기 하나로 인해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구성 방식과 장르, 소재를 두루 활용한다. 타임슬립(시간 이동) 설정이 대표적이다. 주인공들은 각자 타자기를 만진 뒤 과거로 향한다. 지난해 1월 tvN ‘시그널’부터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도깨비’, SBS ‘사임당, 빛의 일기’ 등과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시간을 이동한 시기는 1930년대다. ‘암살’ ‘동주’ ‘밀정’ 등 지난해부터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환생’ 소재를 더했다. 알고 보니 이들 세 명은 일제 치하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문인들이 각각 환생한 인물들로 전생부터 인연이 깊다.

이런 소재와 설정을 섞어 복합장르 극을 만들었다. 올 들어 자주 등장하는 미스터리 추리와 청춘 로맨스를 아우른다. 드라마는 대사부터 작은 소품까지 주인공들의 관계를 추리하게 만드는 복선을 던진다. 연이어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작가와 베일에 싸인 대필 작가 사이의 관계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한세주의 극성 팬이었다가 그의 성격을 알게 된 뒤 안티 팬으로 돌아선 전설은 한세주와 티격태격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면을 연출한다.

성패의 관건은 참신함이다. 인기 소재를 쓴 드라마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의 전작인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타임슬립 소재를 섞었지만 시청률 1%대를 전전했다. 김철규 PD는 “비슷한 콘텐츠와 설정의 드라마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드라마 하나를 기획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인기 소재가 겹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드라마와 중복될 만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차별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청춘의 사랑부터 독립투사들의 울분과 동지애, 현대 인기 작가들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양한 인물관계와 감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