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혼자인 삶'
혼자 사는 박나래가 남동생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다가 눈물을 펑펑 흘린다. 역시 혼자 사는 전현무는 돌싱남 한석준과 기차놀이를 하며 아이처럼 놀다가 마침 결혼을 앞두고 방문한 오상진 아나운서에게 결혼의 힘든 점을 은근히 늘어놓는다. 배우 윤현민은 야구선수 시절 자신을 가르친 감독이 있는 중학교를 찾아가 그곳 아이들에게 야구를 지도하다가 단골 술집에서 선배 정민철 해설위원과 야구 얘기와 아재개그로 깨알 같은 시간을 보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제 200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나 홀로 사는 삶은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거기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이든 아니든 그들이 사는 일상적인 삶에 더 주목한다. 박나래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선후배 개그맨들과의 우정과 남동생 결혼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동생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것을 카메라는 더 주의 깊게 담아낸다. 전현무나 윤현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혼자 사는 삶은 그리 각별할 것이 없다. 대신 누구나 그럴 법한 일상들, 이를테면 친구가 찾아와 한 끼를 같이 차려먹고 선배와 술을 마시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그런 풍경들이 ‘나 혼자 산다’를 채운다.

이런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달라진 면모다. 그때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부분처럼 ‘가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삶’이라는 데이터를 굳이 공표하면서 그 혼자 사는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을 담겠다는 것을 드러내곤 했다. 그래서 옥탑방에 사는 육중완이 망원시장 근처를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데프콘이 제주도 먹방 여행을 떠나거나, 노홍철이 홀로 유럽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무지개 클럽으로 가끔 모여 혼자 사는 삶의 자유와 때론 느껴지는 외로움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지금, 어느 새 혼자 사는 삶은 많은 삶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일상이 됐다. ‘나 혼자 산다’의 애초 뾰족했던 기획은 세상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면서 둥글둥글해졌다. 그래서일까.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궁금할 수 있는 연예인의 사적인 삶을 들여다보는 리얼리티쇼로 바뀌고 있다.

해외에서 리얼리티쇼는 일찍이 방송 트렌드가 됐지만 국내에선 사생활 공개에 대한 정서적 차이 때문에 용인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 까닭에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리얼리티쇼가 아니라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먼저 시도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 혼자 산다’는 초기 리얼리티쇼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1인 라이프 트렌드를 소개한다는 명분을 통해 넘어섰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도 ‘나 혼자 산다’가 각별해지는 것은 혼자 사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삶의 양태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그 다양성에 대한 인정은 과거 결혼과 이혼, 혼자 사는 삶 등에 강박적이었던 우리를 편안한 공감으로 이끌어낸다. 나 홀로 삶에서 일상 리얼리티로 바뀐 ‘나 혼자 산다’는 어떤 삶도 재미있고 의미 있다는 걸 보여주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창을 열어주고 있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