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면서 ‘시니어 마켓(노인 관련상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의료서비스 등 바이오헬스는 물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노인 자살, 고독사(孤獨死) 등 고령화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시니어 마켓은 2010년 27조3800억원에서 2020년 72조8305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이나 의료서비스업, 재생의학, 의료관광 등을 포괄하는 바이오헬스산업은 갈수록 세분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고령친화용품 개발·재가서비스·재활로봇산업 활성화와 상조서비스 내실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고령사회 유망 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웰다잉 관련 상품도 줄을 잇고 있다. 유품 정리업체 키퍼스코리아는 생전에 유품 정리를 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종 체험 등 죽음을 미리 ‘준비’하도록 돕는 교육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노후 불안감이 점점 커지면서 시니어 마켓도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초고령사회 고령 후기 노인을 위한 생애 말기 정책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설문 대상 40대 이상 남녀 1000명 중 76.2%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가 불안한 이유는 빈곤(57.6%) 질병(32.7%) 고독(5.0%) 무위(4.7%) 등의 순이었다.

노인 빈곤이 심각해지면서 임종을 지키는 사람 없이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고독사 등 사회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남 나주에서는 60대 노인의 고독사가 잘못 배달된 추석 택배상자 때문에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노인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1.4%에서 2005년 31.9%, 2010년 34.2%, 2015년 35.8%로 계속 늘고 있다.

노인 자살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2015년 기준 10만명당 58.6명으로 전체 인구 자살률(26.5명)의 두 배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구은서/마지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