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 만난 기업 법무팀 -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

독립된 본부 조직
은행장에 직보…의사 결정도 참여
국내 외국계 금융사 중 최대 규모

일과 가정의 균형 지향
가정 소홀하지 않도록 배려…남성 변호사도 맘 놓고 육아휴직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 직원들이 서울 중구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 직원들이 서울 중구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한국씨티은행에는 독립된 본부조직으로서 ‘법무본부’가 있다. 준법경영실이나 준법지원부 산하에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팀 혹은 법무실을 두고 있는 일반 회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본부장인 이창원 부행장(사법연수원 19기)은 “법무본부는 은행장의 직속 조직”이라며 “본부장은 은행장에게 직보하고 경영위원회 등 은행장이 주관하는 주요 회의의 멤버로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법무본부에는 기업금융팀, 소비자금융팀, 지배구조팀 등 3개 팀이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역할

법무법인 세종에서 20여년간 기업의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이 부행장은 “각 사업 부문의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법무본부를 거쳐야 하는 등 위상이 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윤효연 상무변호사(30기)는 이런 법무본부의 높은 위상 배경을 씨티그룹의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선진화된 시스템에서 찾았다. 윤 상무변호사는 “은행업의 경계는 더 이상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기 위한 과정의 중심에 법무본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금융회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씨티은행이 어떤 방향을 잡고 업무를 추진하는지가 외국계 금융회사의 기준이 되는 이유다. 법무본부도 마찬가지다. 양재선 상무변호사(미국변호사)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에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는 ‘가늠자’”라며 “금융위원회 등 감독당국이 법제를 정비할 때 외국계 금융회사의 대표로서 의견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에 없는 새로운 제도나 규정을 도입할 때 씨티은행 법무본부에 해외 입법 사례를 자문하기도 한다. ‘개인정보처리 위탁’ 관련 규정은 금융위, 금융감독원이 법무본부와 협의한 대표적 사례다.

법무본부의 현재 고민사항은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서 탈피해 핀테크(금융+기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자금이체 등이 법무본부의 검토 아래 구현됐다. 외국에서 이미 개발된 금융상품 모델 등을 한국에 도입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도입이 가능하다면 감독당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법무본부의 주된 업무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각 국가 법무조직 간 교류에도 드러난다. 법무조직 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어 각국의 현안을 공유하고 해외 고객에게 국내 규제나 법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윤 상무변호사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리더십 훈련을 다녀왔다. 그는 “그룹 내에서도 한국법 관련 궁금증이 있을 때 외부 변호사보다 한국의 법무본부를 찾는다”고 자부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

법무본부 인원은 이 부행장을 비롯해 총 13명이다. 8명의 국내변호사와 3명의 미국변호사가 있고, 다년간의 법률업무 경험을 쌓은 2명의 일반직원이 이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씨티은행이 대주주지만 국내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국내 은행이다. 주된 법률 검토 대상이 상법, 은행법 등 국내법이어서 국내변호사 비중이 높다.

하지만 업무가 타이틀에 얽매이진 않는다. 양 상무변호사는 “대표적 규제산업 중 하나인 금융업을 알기 위해선 국내법과 영미법 모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본부 내부의 지식공유와 회사 전체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부원들이 정기적으로 ‘위클리 리걸 미팅’을 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는 ‘일’과 ‘가정’이 균형 잡힌 삶을 지향한다. 높은 여성 비율이 이를 말해준다. 남성은 ‘육아휴직제’를 활용한다. 배우자의 해외 파견으로 4개월간 육아휴직을 썼다는 배영목 변호사(38기)는 “아직 금융업계 또는 변호사업계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며 “팀원 간 신뢰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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