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좌지우지하겠다는 대선후보들의 착각
“뭔가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학입시 제도 논쟁에 대한 A대학 총장의 관전평이다. 그는 “일부 대선 후보가 교육 공약으로 수시 축소를 내걸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을지는 대학의 자율권한임에도 정부가 이를 역행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논쟁의 발단은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는 수시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능 절대평가(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까지 등장했다.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을 핵심으로 한 현행 대입 제도가 도마에 오르자 일각에선 옛 학력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원샷’으로 치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공정하다는 논리다.

사정이 이렇자 교육계에선 수시와 정시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쏟아졌다.

수시로 들어온 학생의 성적이 정시로 뽑힌 학생보다 낫다는 통계부터 학종 등 수시는 일부 부유층 자제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수시파’와 ‘정시파’로 갈린 양 진영은 자신들의 논리대로 대입 제도를 바꿔야 교육이 바로선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작 학생을 뽑는 주체인 대학의 생각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입 제도에 관한 한 대학 의견은 대부분 일치한다. 수시냐 정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에 주어진 학생선발권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1년에 여섯 번으로 정한 수시도 대학이 원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대입 제도는 늘 뜨거운 감자다. 역대 정부마다 교육 개혁을 내세우며 대입에 변화를 꾀했다. 숱한 미세 조정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큰 줄기는 하나다.

정부가 일률적인 잣대로 학생을 줄 세우는 입시 제도로는 미래 산업을 일으킬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정시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텍은 신입생 전원을 수시로만 뽑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 모집 인원 약 35만2000명 가운데 수시 모집 인원은 25만9700명가량으로 73.7%에 달한다. ‘대학의 장(長)은 일반전형이나 특별전형에 의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고등교육법 제34조 1항에 규정된 대학의 ‘학생 선발 방법’이다. 대선 열기에 편승한 대입 제도 논란이 법 테두리를 벗어날까 두렵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