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범죄인 뇌물죄 여부를 둘러싼 역사적 법정공방이 이번주부터 달아오른다.

지금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법정에 나왔던 최순실 씨가 특검이 기소한 뇌물 혐의로 4일 첫 재판을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특검의 주장과 ‘말도 안 된다’는 최씨 주장에 대한 입증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는 7일 처음으로 법정에 출두, 뇌물공여 여부를 추궁받는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르면 4일 구속 후 첫 수사에 착수한다.

◆검찰, 박 전 대통령 즉시 조사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삼성 '뇌물죄', 4일부터 역사적 법정공방
검찰은 지난달 31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을 곧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첫 조사는 4일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측에 3일 조사를 요구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구치소 내에서 이뤄진다. 검찰은 검찰청사 출석을 요구했지만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의 심리 상태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의 ‘정점’이자 ‘몸통’으로 여겨진다. 구속 기한이 최장 20일로 제한되는 만큼 검찰은 재판에 넘기기 전에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뇌물죄를 포함한 13가지 혐의의 상당 부분에 ‘공범’으로 적시된 최씨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뇌물죄를 입증하는 데 핵심 인물이다.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세 사람의 대질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조사를 거부하면 사실상 검찰이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 부회장 7일 법정 첫 출석

검찰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해 이미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는 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 기소한 뇌물 혐의로 첫 공식재판을 받는다. 최씨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대가로 자신이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를 통해 명마 구입 명목으로 213억원을 받기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78억원을 실제로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월28일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 금액을 총 298억원 뇌물수수액 중 일부로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청구서에도 적시했다.

7일엔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특검 공소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이 의견을 밝히고, 정유라 씨 승마훈련을 위한 경제적 지원 여부도 심리한다. 지난달 31일 열린 3차 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몰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은 재단 기금 출연과 최씨 일가 지원 등이 ‘강요에 따른 것’이며 ‘삼성은 피해자’란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양측 법리공방 치열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부장판사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영장 단계에서의 혐의 소명이 혐의 입증을 뜻하는 건 아니다”며 증거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공소장에 ‘뇌물죄’ 혐의를 어떻게 적시할지도 관심사다. 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삼성이 출연하게 한 것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액 등을 ‘제3자 뇌물죄’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이 최씨의 독일 회사에 송금한 78억원은 ‘단순 뇌물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 등을 통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법조계에서 뇌물죄는 ‘입증이 쉽지 않은 혐의’로 평가받는다. 특히 단순뇌물죄 입증을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 공동체’임을 보여야 한다. 서초동의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는 기존의 법리와 판례 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라며 “가족 이상으로 가까웠던 주변 정황을 더 촘촘하고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