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 부담감 vs 적극 소명할 것'…검찰 "입장 전달못받아"

검찰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은 법원 판단에 맡겨졌다.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에 따라 헌정사는 물론 전직 국가원수 수난사도 다르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번 영장심사의 심리는 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가운데 막내인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판사가 맡는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국가원수가 심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도 도입 전인 1995년 서류 심사만 거쳐 수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지 20여일 뒤 갑작스럽게 서거해 검찰 수사 자체가 중단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영장심사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이미 뇌물수수 등 중범죄 피의자로 낙인이 된 상황에서 영장심사까지 받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21일 검찰 출석에 이어 다시 한 번 불명예스러운 일로 전 국민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날 구속영장 청구 이후 완고한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동정론 또는 반발 심리를 등에 업고 영장심사를 보이콧해 정치적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기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온 연장선에서 일종의 '정치적·사법적 저항'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고자 불출석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불출석하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및 각종 증거자료, 박 전 대통령측의 의견서 등을 검토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안팎의 불리한 여건에도 영장심사에 나와 본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법정에서 직접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나 검찰 및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나쁜 결과를 초래한 상황을 되짚어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를 계속 거부하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코너에 몰리자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전례도 참고할 만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치인으로서의 운명이 사실상 끝장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장심사를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이후 삼성동 사저에 칩거하며 변호인들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전날 오후에는 유영하 변호사가 3시간 넘게 머물다 갔다.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는 심사를 하루 앞둔 29일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 출석에 대비해 경호·안전 문제 등의 검토에 들어갔다.

청와대 경호실 등과 출석 절차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한다는 가정 아래 심문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영장심사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자 대언론 창구인 손범규 변호사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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