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에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 중 삼성 계열사 외 다른 기업은 직권남용 및 강요의 ‘피해자’로 봤다.

검찰은 다만 SK와 롯데에 대해 “앞으로 뇌물혐의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추가할 게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SK, 롯데와 관련한 수사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일단 SK와 롯데를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로 구속영장에 적었지만, 향후 수사 내용에 따라 ‘뇌물공여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SK와 롯데는 검찰 수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 18일 최태원 SK 회장을 불러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관련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 최 회장의 2015년 광복절 사면과 재단 출연금 간 대가성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다. SK 측은 “최 회장 사면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무관하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전날인 17일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장 대표를 상대로 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75억원이 면세점 신규 허가를 위한 뇌물인지를 집중 조사했다. 다만 검찰은 두 기업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기 위한 ‘스모킹 건’(핵심 물증)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SK와 롯데 관련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검찰의 장기간 총수 출국금지 조치로 글로벌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3~26일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불참했다.

보아오포럼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속한 150여명의 글로벌 기업 대표가 참석하는 아시아 최대 민간 경제교류 행사다. SK가 2006년부터 추진해온 ‘차이나 인사이더’ 프로젝트도 악재를 맞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