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1년…그들과 함께  바뀐 세상
“제 입장에서 말하면 저의 ‘무한도전’ 역사는 시스템을 바꿔온 역사죠. 가장 먼저 카메라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벌써 11주년을 맞는 MBC 무한도전. 그 지난한 과정을 묻자 김태호 PD는 대뜸 카메라 시스템을 바꾸게 됐던 초창기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이야 여러 대의 카메라를 곳곳에 세워두고 찍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붐 마이크 하나, 카메라 두 대 정도가 야외에서 찍는 촬영에 동원된 전부였다.

선배가 시작한 무한도전을 이어받게 된 김 PD는 현장에 나가 보고는 가장 절실한 게 카메라와 마이크 충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출연자들이 깨알 같은 재미들을 뽑아내고 있는 건 분명했다. 그걸 두 대의 카메라와 한 대의 붐 마이크로는 도무지 잡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김 PD는 외주 카메라맨들을 모아 촬영에 합류시켰다. 이로써 방송의 새 장이 열린 것이지만 정작 김 PD는 인사위원회에 불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무한도전 11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바로 이 카메라 시스템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유는 그것이 방송 전체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평면적으로 바라보던 TV의 시대가 과거 전문가들이나 만지던 카메라의 시대를 대변하는 감각이었다면, 이제 사방 어디서든 바라보는 TV는 일반인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내는 시대의 감각이다. 그만큼 무한도전이 시작한 카메라의 혁신은 시대를 앞질러 갔다.

시점에서 자유로워진 카메라들은 스튜디오에 머물던 시점을 일상 속으로 돌려놓았다.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시대를 예감하며 카메라 안과 밖을 나누던 그 프레임을 한없이 투명하게 만들었다. 출연자들의 결혼 소식은 그대로 무한도전의 소재가 됐고, 봅슬레이나 조정 경기 같은 비인기 스포츠에 직접 뛰어들어 실제 경기에까지 참여하는 미션들은 무한도전에서 방영되며 해당 스포츠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런 도전 과정을 통해 ‘평균 이하’를 주장하던 출연자들은 차츰 성장해 국내 최고의 예능인들로 자리하게 됐다. 더 늘어나고 자유로워진 카메라가 프로그램의 안과 밖을 하나로 이어놓았고, 매번 새로운 현실에 ‘도전한다’는 그 콘셉트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현실도 바꿔놓았다.

물론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무려 11년간을 이어오고, 그것도 비슷한 소재나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정해 도전을 거듭해왔다는 건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한도전을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게 바라보고, 방송 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이 프로그램이 거둔 혁신과 또 우리네 현실에 일으킨 변화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 11년을 한 주도 쉬지 않고 달려온 무한도전은 최근 꿀 같은 7주의 방학을 보냈다. 김 PD는 이것을 굳이 ‘휴식’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너무 한 주만을 보며 달려오다 보니 좀 더 멀리 바라보지 못하게 된 걸 ‘비정상’ 상태라 여기고 있었다는 것. 어떤 시청자도 7주의 방학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무한도전의 여전함에 박수를 보냈다. 또다시 우리네 삶에 어떤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