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양쯔강 여객선 침몰 시 통째 인양…세월호 절반 규모

침몰한 지 1천73일 만인 23일 해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인양 작업은 대형 여객선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작업 방식만으로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15년 6월 1일 중국 양쯔강에서 침몰한 여객선 둥팡즈싱호가 닷새 만에 통째로 인양된 사례는 있었지만 세월호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당시 중국 당국은 456명의 탑승객 중 구조된 14명 이외에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침몰 나흘째 되던 날 유족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인양 작업을 벌여 선체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둥팡즈싱호는 길이 76m, 폭 13m, 여객정원 534명으로 길이 145m, 폭 22m, 여객정원 921명에 달하는 세월호에 비해 규모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는 해역이 험하기로 유명하고 수심이 깊은 바다지만 둥팡즈싱호가 침몰한 양쯔강은 바다보다 수심이 얕고 유속도 빠르지 않은 데다 강기슭에서 가까운 지점에 가라앉아 인양 작업이 수월한 편에 속했다.

세계 각국의 선박 침몰 사례를 봐도 맹골수도처럼 험한 해역에서 완전히 가라앉은 세월호 크기의 선박을 통째로 인양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14년 해양수산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외국 사례에서는 대부분 선체를 절단하고 인양하는 방식을 택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7천t급 이상 외국 선박의 주요 침몰사례 15건 중 선박을 인양한 사례는 14건이지만 이 중 상당수는 선체가 절단돼 분리되고 나서야 인양됐다.

여객선은 아니지만 2000년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폭발 사고로 침몰한 1만3천t급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는 작업 시작 6개월 만에 인양됐다.

선체 길이가 155m로 세월호(145.6m)와 비슷하고 사고 해역 여건도 진도 앞바다와 유사하지만, 쿠르스크호는 내부의 어뢰나 미사일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미사일 발사실과 통제실 등이 분리된 채 인양됐다.

지난 2012년 1월 이탈리아 질리오섬 해안에서 침몰한 콩코르디아호의 경우 11만4천147t으로 세월호보다 16배가량 무거운데 2014년 7월 인양됐다.

그러나 콩코르디아호는 연안에서 좌초해 완전히 물에 잠겼던 세월호와 달리 선체의 절반가량만 수면 아래에 잠긴 상태여서 작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여러 여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인양이 포기된 사례도 있었다.

2006년 2월 이집트 연안의 홍해에서 침몰한 1만1천779t 여객선 '알-살람 보카치오 98'은 침몰한 수심(800m)이 너무 깊어 인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1994년 9월 스웨덴 연안의 발트해에서 침몰해 852명의 희생자를 낸 1만5천556t급 여객선 에스토니아호는 깊은 수심(84m)과 인양 중 시신훼손 등의 가능성 때문에 스웨덴 정부가 인양을 포기했고 1953년 침몰한 영국의 '프린세스 빅토리아'도 수심(96m)과 빠른 유속 탓에 인양되지 못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1941년 침몰한 미국 해군의 USS 애리조나호도 절단해 인양할 경우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양이 포기된 사례다.

(세종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