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A4 수백 페이지 검찰 조서 한장씩 모두 검토
“성격이 신중하고 꼼꼼하신 것 같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가 끝난 뒤 신문조서의 문답 문항을 하나씩 세밀하게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사는 전날 오후 11시40분께 끝났지만 조서를 검토하느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6시54분까지 검찰 청사에 머물렀다.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는 통상 1시간, 길어야 2~3시간이면 끝나는데 이례적으로 7시간10분이나 걸렸다. 검찰 관계자는 “7시간을 넘긴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18시간51분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5시간가량 조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서 열람 시간은 각각 1시간22분과 2시간50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조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여러 군데를 수정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조서를 다 검토했으며 내용이 수정되거나 표현이 고쳐진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측에 따르면 조서는 수백 페이지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조서를 열람하며 단어와 문구, 문맥 등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힌 대목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수정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해 문장을 대체하거나 일부 표현 위에 줄을 긋고 박 전 대통령의 도장을 찍어 고침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조서는 아예 폐기하고 다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서는 법정에서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다.

통상 조사를 받고 나면 피의자가 변호인과 함께 신문조서를 검토한 뒤 본인 진술과 달리 기재됐거나 취지가 다른 내용 등을 고친 뒤 서명·날인한다. 피의자가 날인을 거부하면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피의자가 조서 날인을 거부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굳이 검찰을 자극해 이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