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남색 코트에 바지…전투복 모드?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다. 검찰청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박 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코트에 바지 차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되던 1월23일 설 연휴를 앞두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성묘할 때 같은 옷을 입었다. 파면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색상의 코트를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여러 차례 같은 복장을 하고 외부에 나타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청와대 측 반응이다.

박 전 대통령은 ‘패션 정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황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자신의 심정과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정적 순간이나 결단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이른바 ‘전투복 패션’을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투복 패션은 깃을 세운 짙은 색깔 재킷(남색·카키색 등)과 바지 정장 차림을 일컫는 말이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표현이다. 깃을 세우는 것은 ‘강인한 인상’과 ‘꺾이지 않는다’는 점을, 짙은 재킷과 바지는 ‘굳은 결의’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할 때 올림머리 대신 단발로 나타나 ‘원칙공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하늘색 블라우스와 카키색 재킷, 짙은 바지 정장 차림으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났다. 이때부터 전투복 패션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짙은 색 코트와 바지가 박 전 대통령의 ‘전투 모드’ 복장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에 임하는 자세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허리 부분이 잘록한 모양 등은 여성미를 강조한 스타일이며, 전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