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학·염재호의 '공유대학 실험'…연세대-고려대, 공동수업 만든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왼쪽)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오른쪽)은 38년지기다. 1979년 SK그룹이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친구가 됐다. 김 총장은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염 총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은 양교 간 ‘공유대학’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2학기 공동 교양수업이 개설되고, 총장 교차 강연도 5월께 열릴 예정이다.

21일 연세대와 고려대 등에 따르면 양교 교수진은 올 2학기에 열릴 공동 강의를 위해 교재를 개발 중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경영학 윤리학 철학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있다”며 “양교 학생을 합쳐 300명 이상이 수강할 수 있는 대형 강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학·염재호의 '공유대학 실험'…연세대-고려대, 공동수업 만든다
총 16주간 진행될 수업에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비롯해 양교 ‘스타’ 교수 1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융합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여러 교수가 각자 소주제를 정해 수업하는 식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각각의 캠퍼스에서 수업을 따로 하되 두 학교 학생들이 서로의 캠퍼스에 방문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류의 시범 단계로 총장 교차 강연도 열린다. 연세대 관계자는 “5월께 김 총장이 고려대를 방문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라며 “염 총장도 비슷한 시기에 연세대 강단에 설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2015년에 염 총장이, 작년엔 김 총장이 각각 총장직에 오르면서 양교 간 교류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며 “학교 시설을 같이 쓰거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상대방 학교 석학들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의 한 교수는 “두 학교의 교수 인력과 학습 자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양대 사립대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이 같은 행보는 대학가에 부는 ‘공유 바람’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작년 1월엔 건국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가톨릭대 서강대 서울과기대 등 서울 지역 23개 대학이 대학 간 학점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부산의 사립대인 동서대와 경성대도 지난해 9월 강의와 교수 등 각각의 자원을 같이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다른 대학과 융합 전공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융합 전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