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4인 병실 전경
세종병원 4인 병실 전경
“병원에 있는 1인실은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 음압병실(내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병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새 병원에 꾸린 음압병상 수가 인천시에 있는 전체 음압병상 수와 비슷해 신고받은 보건소 직원이 놀랐을 정도입니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인천 작전동에 지난 2일 문을 연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을 소개하면서 “감염 관리에 특별히 신경썼다”고 말했다. 이 병원 음압병상은 총 13개다. 전체 병상 대비 음압병상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다. 병실 밖에는 음압을 확인하는 모니터와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슬라이딩 도어 등이 설치됐다. 감염환자가 없을 때는 1인실로 활용하다가 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 음압병실로 쓸 수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연면적 3만8738㎡, 지하 2층~지상 10층(장례식장 포함) 규모다. 15개 센터, 19개 진료과를 갖추고 심뇌혈관질환에 특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5년 4월 첫 삽을 뜨고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다.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박 이사장은 고심 끝에 기준 병상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미 설계가 마무리된 단계였다. “병상을 조금 줄이더라도 환자가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병실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모든 병상 옆에 유리벽을 세웠다. 병상을 둘러싼 커튼을 치면 1인실처럼 분리되는 구조다. 병상 간격도 넓다. 보호자 간이침대를 옆에 둬도 공간이 남는다. 다인실 병상과 1인실 병상의 공간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모든 병실에는 출입 통제 장치가 설치돼 있고 상담실 휴게실 등이 마련됐다. 수술실 내시경실 투석실 등에는 클린존과 폐기물 등을 옮기는 더티존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응급실은 감염 관리를 위해 동선까지 따로 분리했다. 응급 환자는 두 단계 분리공간을 거쳐야 진료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1차 문진공간에서 진료한 뒤 감염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는 응급실 진료공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응급실 옆 음압병실로 이동할 수 있다.

새 병원은 심장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의 심혈관 질환 치료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했다. 병실 침대 하나까지 병원을 찾는 환자 특성에 맞게 꾸몄다. 모든 환자 침대에는 CPR(심폐소생술)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CPR을 할 수 있도록 침대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일반 병실 두 개에 하나씩 간호스테이션이 있다. 병실마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간호사 눈높이에 맞게 창을 냈다.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는지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어린이가 주로 입원하는 소아청소년과 병동은 바닥에 온돌을 깔고 1인실을 늘렸다. 입원 공간을 답답해하는 소아 환자의 특성을 배려했다.

전문병원들이 힘을 합쳐 센터를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한길안센터, 서울여성센터 등을 설치해 안과와 산부인과는 다른 전문병원의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들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을 교육해 진료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 진료를 위해 모바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든 의료진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이 설치돼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주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자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스마트 에스코트’를 활용해 맞춤형 건강정보, 혈압과 혈당 추이, 운동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심장 분야 국내 최고 브랜드인 세종병원의 심뇌혈관 분야 전문성과 36년 진료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설계했다”며 “아시아 최고 심뇌혈관 치료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