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설치 '정부 엇박자'] 정권에 휘둘리고 여론에 휘청…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눈물'
강원 양양군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처음 낸 때는 2011년이었다. 환경부는 공원 환경에 미칠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불허했다. 양양군은 2012년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또 ‘부결 처분’을 받았다.

2014년 ‘터닝포인트’가 생겼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8월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였다. 기획재정부의 관광산업 육성 대책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담겼다. 박 대통령은 “낡은 규제와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서비스산업을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만들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지시했다.

대통령의 말에 힘을 얻은 양양군은 2015년 세 번째 도전장을 냈다. 환경부는 접수 4개월 만에 계획을 승인했다. 사업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튀었다. 평창올림픽 관련 사업에 최씨 일가의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설악산 케이블카도 ‘최순실표 사업’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출석 위원 10명 만장일치로 양양군의 신청 사항을 부결 처리했다. 양양군은 “정치적 시류에 편승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은 민간 전문가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판단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과 달리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위원회는 이날 총 20개 사안을 심의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안건에 대해서만 ‘이해관계자 제출 의견’이라는 항목을 뒀다. 여기엔 부결을 촉구하는 단체 10곳의 성명서 스캔 파일이 그대로 담겨 있다. 문화재위가 여론에 적잖은 압박을 느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국정 철학이나 경제 활성화보다는 ‘외풍’에 휘둘리는 정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역경제를 좌우할 사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물살을 탔다가 정국이 혼란해지자 미궁에 빠지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지혜 지식사회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