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2인 이상 공백 5번째…"이선애 후보자 빨리 임명돼야"

3개월여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열차를 가동해온 헌법재판소가 종착점 도달과 함께 사실상 멈춰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임자 지명 및 인선 절차가 늦어져 재판관 '7인 체제'가 되면서 당분간 헌법재판은 예외적인 경우가아니라면 정상적인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사실상 '올 스톱'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정미 전 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자정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면서 재판관 7인 체제가 됐다.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으로 9인에서 8인이 됐고, 이 전 대행의 퇴임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헌법재판관 2명 이상 공석이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이번이 5번째다.

2006년 8월에는 당시 전효숙 소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고, 권성 전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20일가량 7인 체제가 됐다.

2013년 3월에는 이강국 전 소장과 송두환 전 재판관 퇴임으로 20일가량 7인 체제가 됐고, 같은 해 4월에도 일주일 정도 2명이 공백이었다.

그에 앞서 2012년 9월에는 재판관 4명이 동시에 임명될 때까지 5일간 5인 체제가 됐던 적도 있다.

물론 7명의 재판관으로 헌재 가동이 법적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 7인 이상이 있으면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모든 헌법재판에 대해 심리하고 결정하는 것이 법규상 가능하다.

재판관회의도 7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헌재 한 관계자도 "재판관 7명으로도 재판을 할 수 있고, 실제 과거에 그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9명이 있어야 할 재판에 2명의 공백이 생겨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재판은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박한철 전 소장도 자신의 퇴임에 앞서 7인 체제를 '헌법적 비상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앞선 3차례의 7인 체제에서도 매우 극소수의 재판만 이뤄졌을 뿐 대부분의 안건은 진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법재판은 원래 재판관 9명이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1명의 결원이 생기는 경우는 몰라도 2명이 공석이면 사실상 재판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칫 심판 결과가 왜곡될 수 있고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행 후임으로 지명된 이선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당분간 제대로 된 헌법재판 진행은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장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난 10일 국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여서 이르면 이달 말 임명이 가능하다.

헌재가 다시 완전한 9명 체제로 되는 시기는 빨라야 6월은 돼야 할 전망이다.

나머지 한 자리는 대통령 몫인 헌재소장이어서 대선 이후에 지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3개월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집중했다.

이에 아직 처리되지 않은 사건 수는 총 843건에 이른다.

올해만 120건의 미제 사건이 늘었다.

헌재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향후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