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측 "현대화사업 강행" vs 상인 측 "몸으로 막을 것"

가락시장 이전 관련 협상이 결국 결렬됨에 따라 버티는 일부 상인들과 서울시 측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13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몰로 이전을 거부해온 상인들은 이날 오전 열린 총회에서 공사와 집행부 간 협상안을 부결시켰다.

공사는 사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건물 철거 등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왜 갈등 생겼나 = 서울시는 2009년부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낡고 좁은 시장 대신 현대식 건물인 가락몰을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공사는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프랑스 파리 헝지스 시장이 가락시장보다 면적은 4배 크지만, 거래량은 연 200만t으로 가락시장(252만t)보다 작은 실정이라며 가락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해 가락몰 1단계 사업을 이미 마쳤다.

현재 가락몰은 소매 직판상이 들어서는 판매동, 각종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테마동, 보육시설과 도서관, 쿠킹스튜디오, 컨벤션센터 등 지원시설이 있는 업무동 등 7개 시설로 구성됐다.

핵심시설인 판매동은 지하 1층∼지상 1층에 신선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큰 시장이 들어서 있다.

2∼3층은 기타 식자재와 식음 매장이 모인 식품 종합 판매 시설이다.

지하 2층은 냉동·냉장창고와 가공처리장 등이 있다.

가락시장 직판 상인 1천138명 중 808명은 새로 지은 가락몰로 이전했다.

그러나 청과 직판 661명 중 절반인 330명이 이전을 거부하며 옛 시장 건물에 남아있다.

공사는 작년 초부터 1년 이상 다자간협의체 등을 통해 이들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전 반대 상인들은 가락몰 지하로 들어가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지하는 지금보다 상권이 좋지 않고 물류가 막히는 데다 채소가 빨리 썩고 공기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측은 "전문가를 불러 이런 문제점을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지만, 상인들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2단계 사업 예정대로 강행 = 공사 측은 이날 협상 결렬에도 2단계 도매권역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빈 공간에 건물을 짓는 순환 방식으로 재건축한다.

이 때문에 청과 상인들이 자리를 비워줘야 2단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박현출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시민과 농어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대화사업을 일정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락시장은 수도권 주민 먹을거리 절반을 담당하고 가락시장 현대화는 서울시뿐 아니라 국가 차원 사업이다"라며 "객관적 동의가 안되는 이유로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사 측은 사업이 늦어지면 이미 확보한 국비를 사용하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사 측은 "상인 측 시간 끌기 전략에 더는 휘말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사흘간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사 관계자는 "집행부와 이견을 조율해도 조합원들이 합의안을 부결시키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단계 사업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건물 4개 동을 철거하고 출입문 2곳을 폐쇄해야 한다.

이미 공사 측은 기존 시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4곳 중 북문초소를 폐쇄하고 제1주차동 철거를 시작했다.

가공처리장은 석면 제거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공처리장을 철거하면 현재 청과 상인들이 있는 4개 건물 가운데 2개 건물의 전기가 끊긴다.

공사는 명도집행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미 최근 동부지법에서 상인 44명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예고하려 했으나 상인들이 강경하게 저항하며 법원 집행관을 두 차례 막아섰다.

공사 측이 상인들에게 임대계약을 해주지 않자 상인 측에서 임차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3심까지 모두 공사 측이 승소했다.

상인들은 출입 초소 한 곳을 점거해서 무단 이용 중이다.

이에 초소 이용을 차량으로 막자 밧줄로 끌어내는 등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 가락시장 갈등 장기화하나 = 가락시장은 8개월이 넘도록 두 개로 쪼개진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모두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기존 가락시장에 남은 상인들은 낡고 황량한 분위기의 시장에 찾아오는 고객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현대식 가락몰로 옮긴 상인들도 시설은 좋지만,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기대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업을 강행하려는 공사와 버티려는 상인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상인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100%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려는 것은 무리"라며 "집행부와 다시 협의하려 노력하겠지만, 명도집행 등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에서 상인들이 결의한 것은 노점상이 될망정 가락몰 지하로는 못 가겠다는 것"이라며 "가진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는 상인들이 강제집행에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막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merciel@yna.co.kr,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