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대신 소환조사 원칙…'5월 대선', 수사 속도 중대변수 관측

헌법재판소가 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에 따라 검찰이 불소추 특권을 내려놓은 '자연인' 상태의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넘긴 10만쪽가량의 수사 기록 검토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주 초반부터 박 대통령을 향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헌재 결정으로 박 대통령이 파면돼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수사 환경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검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언제든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수 있게 된다.

또 사실상 현직 대통령에게는 불가능했던 계좌추적, 통신조회, 압수수색,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 청구 등 다양한 강제수사 수단을 동원해 그간의 수사 결과를 한층 보강할 수 있게 된다.

만일 거꾸로 헌재가 이날 탄핵 소추를 기각했더라면 검찰은 업무에 복귀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설사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야 하더라도 임기가 끝나는 올해 12월까지는 기소를 유예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신분이 현직에서 전직으로 바뀜에 따라 검찰의 조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검찰과 특검팀은 모두 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상의 문제를 두루 고려해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방문 조사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 대통령 측과의 협의가 난항에 휩싸이면서 모두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 검찰은 원칙적으로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을 여타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등 강제수사권이 발동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1995년과 2009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비자금 의혹과 뇌물 의혹 등으로 검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백담사로 내려갔다가 구속돼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다만 5월 '조기 대선' 실시로 곧바로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찰이 향후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조사 및 기소를 '속전속결'로 끝낼지, 아니면 대선 이후로 미뤄둘지는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등을 넘겨받으며 "어떠한 정치적·정무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