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탄핵 찬반단체들의 헌법재판소 인근 막판 장외전이 오전 일찍부터 벌어졌다.

이들은 서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며 헌재를 향해 탄핵 인용·각하를 각각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다.

탄핵 반대단체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종로구 수운회관 앞 대로에서 헌재를 압박하는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직접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이전 대규모 집회에서 녹음했던 구호를 대형 스피커로 재생하면서 세를 과시했다.

전날 밤 현장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참가자들과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참가자들은 안국역 사거리에서 수운화랑 앞까지 삼일대로를 메운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해 헌재에 탄핵 각하를 요구했다.

탄기국은 헌재가 탄핵을 각하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날이 '대한민국 태극기 축제의 날'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탄핵 각하를 확신하고 있으며 인용은 있을 수가 없다"며 "거짓이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을 때 외롭게 나타난 태극기 하나가 장대하게 결집하는 모습을 보고 탄핵 각하의 희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도 전반적으로 축제처럼 진행됐다.

군가에 맞춰 사물놀이 공연을 하거나 발차기 무술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평상시 취재를 거부하던 언론사들까지도 무대 위로 불러 집회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극기 문양을 담은 옷을 입거나 망토를 두른 사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는 기도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정 대변인은 참가자들에게 "오늘은 모든 기자들을 환영하는 날이다.

심지어 JTBC까지 그냥 두어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절대 섭섭하게 하거나 폭행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주최 측 사회자는 오전 9시50분 기준 7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전 9시께 종로구 KEB 하나은행 안국동 지점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탄핵 촛불승리' 등 피켓을 들고 '촛불이 민심이다', '헌재는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300여명 참가자 가운데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포함됐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어제 1분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우고 달려왔다"며 "이제 대한민국에도 봄이 온다.

오늘 탄핵 분명히 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이어 "대통령 탄핵해서 청와대에서 방 빼게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라며 "박근혜를 탄핵 선고 즉시 구속해야 감춘 비리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언론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가 5대 5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가.

헌재에서는 8대 0일 것이고 현실에서는 10대 0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탄핵이 분명히 인용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탄핵 인용을 확신한다는 뜻으로 '축 탄핵'이라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교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한 경기도 모 중학교 1학년 학생 최모군은 "대부분 집회가 어른들이 주체가 됐지만 저처럼 어린 나이 학생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체험학습을 한다고 학교에 말하고 교복을 입고 왔다"며 "정의가 살아있다면 탄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퇴진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11시 탄핵 선고를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로 지켜보고 탄핵이 인용되면 승리를 선언하고 함성을 지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