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법무팀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IFC)에 있는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IBM 법무팀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IFC)에 있는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변호사 2만2000명 시대. 치열한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변호사업계에 ‘사내변호사’와 ‘기업 법무팀’이 물꼬를 터 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스쿨 출범 이후 사내변호사는 ‘기업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인기가 계속 높아져 현재 3300여명에 이른다. 한국경제신문은 글로벌 기업들의 법무팀을 만나 선진시스템과 탁월한 운영기법 등을 들어봤다.

작년 12월 세계적 미디어 서비스 회사인 톰슨로이터와 법률전문 미디어인 ALB는 한국IBM 법무팀을 ‘2016년 한국 최고의 정보기술(IT) 법무팀’에 선정했다. 수많은 기업의 법무팀을 제치고 이런 평가를 받은 배경은 뭘까.

보조 역할 넘어 ‘핵심’이 된 법무팀

실리콘밸리를 거쳐 한국IBM 법무팀에 12년째 몸담고 있는 동영철 전무(미국 변호사)는 “한국IBM에서 법무팀의 위치와 위상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비즈니스 추진에 최고법률책임자(CLO)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해외 선진 기업들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한국IBM에서 법무팀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동 전무는 “법무팀의 일상 업무 스타일은 영업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동 전무는 호주에 있는 아·태 지역 담당자로부터 끊임없이 걸려오는 계약서 검토 문의를 설명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국내 진출 50년째를 맞는 한국IBM은 국내 비즈니스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의 거점 역할을 해 왔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사업 영역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법무팀의 업무 스타일도 바뀌었다. 한국IBM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많다.

이에 따른 업무협약(MOU) 체결 등은 반드시 법무팀을 거친다. 작년 8월 SK그룹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열고, 롯데그룹이 IBM의 AI 컴퓨팅 기술인 ‘왓슨’을 경영에 도입하기로 한 것도 법무팀의 손을 거쳤다. 최소 5~10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 주는 장기 IT 아웃소싱 재계약을 이끄는 프로젝트에도 관여한다.

동 전무는 “영업팀 등 현업 부서에서 성사시킨 계약 검토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 계획을 짜는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팀도 기업가 정신 갖춰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업계에서 한국IBM 법무팀은 기술진과 속도를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I 등 최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교육 팀미팅을 2주에 한 번씩 하고, 1년간 40시간 의무 교육도 받아야 한다.

안윤희 미국 변호사가 담당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법무팀을 넘어 사내 전체로 벤치마킹되고 있다. 안 변호사는 “IT업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전문성과 함께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함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팀 인원은 총 14명이다. 이 중 변호사가 10명으로, 국내 변호사와 외국 변호사 비중이 정확히 반반이다. 신종은 상무(미국 변호사)는 “해외 업무도 적지 않다 보니 외국 변호사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다양성과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법무팀보다 완벽하다”고 자부했다. 검사 출신인 하형인 전무(사법연수원 28기)는 법무법인 광장을 거쳐 합류했다. 법조계는 이직률이 높은 편이지만 한국IBM 법무팀은 예외다. 남다른 팀워크 덕분에 대부분 팀원들의 경력이 10년 안팎이다.

동 전무는 “한국IBM 법무팀원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며 “절대 보조자 역할에 머무르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IBM을 거쳐간 인물들이 기업가 정신의 모델이다.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미국 로펌인 DLA파이퍼의 이원조 서울사무소 대표, 허정훈 전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