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첫 강제수사…이영복 도주로 한동안 제자리걸음
압박 수사로 이영복 일부 진술 끌어내며 비리 규명 가속도


검찰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 수사 개시를 공식화 한 건 지난해 7월 21일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엘시티 시행사와 시행사 실질 소유주 이영복(67) 회장이 실소유주인 건설업체, 분양대행업체, 건설사업관리용역업체, 설계용역회사 등 사무실 10여 곳과 시행사 고위인사들의 자택 등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2월부터 내사와 자금추적 등을 벌인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와 이 회장이 실제로 지배하는 특수관계회사들간 수상한 자금흐름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당장 다대·만덕 택지 의혹 사건 장본인이자 '통이 크고 입이 무거운, 로비의 귀재'로 통하는 이영복 회장에게 눈길이 쏠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초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16년전 다대·만덕 사건 때처럼 수행비서와 함께 잠적했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와 특수관계 회사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회계자료를 분석해 수백억원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정황증거를 확보했지만 이 회장을 검거하지 못해 수사는 수개월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부산지검은 지난해 10월 24일 동부지청에서 엘시티 사건을 넘겨받아 본청 특수부에 배당했다.

특수통인 임관혁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수사 검사 7명을 배치하며 수사팀을 확대 개편했다.

경찰에 이 회장 검거 협조요청을 하고 지명수배까지 하면서 이 회장을 추적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11월 3일 부산시청과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등 엘시티 인허가 관련 공공기관 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을 하면서 비자금 조성에 맞춰졌던 수사를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졌던 비리나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10일 이 회장이 서울에서 검거돼 부산으로 압송돼 구속됐다.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는 16년 전처럼 자물통 입을 굳게 다문 채 입을 열지 않아 수사는 또한번 난관에 부딪쳤다.

그는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일부 횡령 혐의만 인정할 뿐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가 엘시티 시행사에 3천억원이 넘는 돈을 특혜 대출해줬다는 의혹, 부산은행이 주간사로 나서 1조7천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 준 데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혹, 포스코 건설이 책임준공까지 내세우며 시공사로 나선 배경 등에 관한 수사가 진행됐다.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단일 사업장인 엘시티에 투자이민제를 적용해줬다는 특혜 의혹과 43가구에 이르는 불법 특혜분양 의혹도 쏟아졌다.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 씨와 월 납입금 수천만원짜리 친목계를 같이 하는 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지난해 11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에 엘시티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의 끈질긴 수사에 이영복 회장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3선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재선의 자유한국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구을) 국회의원, 정기룡(60)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 등이 엘시티 금품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측근 이모(67) 씨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최측근 김모(65) 씨도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3선 부산시장을 지낸 허남식(68)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측근을 통해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는 바람에 구속은 면했다.

검찰은 내사 1년여만인 7일 브리핑을 열어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장기간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이날 오전 검찰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주가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BNK금융지주 등 계열사 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지역 사회가 또한번 술렁거렸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