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 본 영광읍 전경과 이동형 전기차 정비센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영광읍 전경과 이동형 전기차 정비센터
“호수(戶數)는 영광만 한 곳이 없다(戶不如靈光).”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말년에 전라도 지방을 돌아보다 영광을 두고 한 말이다. 인구가 많아 번성했다는 얘기다. 1968년만 해도 영광에는 16만3240여명이 살았다. 지난달 기준 인구는 5만5447명이다. 상당수 군민이 굴비산업 외에는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는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만 영광 출향민이 13만명을 헤아린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전남 영광] 전기차 연구센터·항공캠퍼스 시동…'과거의 영광' 재현나선 영광
영광군은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새 성장동력으로 ‘전기차산업’을 선택했다. 영광군이 전기차에 눈을 돌린 때는 7~8년 전이다. 제조업이라고는 소규모 농공단지 한 곳이 전부였던 영광군은 굴비 외에 지역민들을 붙잡아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골몰했다. 해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기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데다 관내 원자력발전소(한빛원전)가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쓸 수 있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영광군은 2011년 서울, 제주와 함께 전기차 선도 도시로 선정됐다.

◆올해 e모빌리티 메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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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도시 조성을 위해 영광군은 인프라부터 다졌다. 2010년부터 전기차 충전소 201개소를 만들고 전기차 200대를 보급했다. 2011년 전기차 선도 도시로 선정된 뒤 2013년에는 기업 유치를 위해 165만㎡ 규모의 대마일반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영광 전기차산업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책사업인 ‘e모빌리티(초소형 전기차) 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첫 단추인 ‘e모빌리티 연구센터’가 대마산단에 문을 연다. 오는 6월 가동 예정인 이 연구센터는 국내 유일의 초소형 전기차 연구시설이다. 연구센터가 가동되면 영광군은 국내 e모빌리티 관련 기술의 ‘메카’가 될 것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e모빌리티 분야 선두 업체인 DY와 대마산단에 입주한 영신테크는 각각 초소형 4륜 전기차와 3륜 전기차를 올 하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김준성 영광군수
김준성 영광군수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영광군은 오는 17일 제주도에서 개막하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부스 18개를 마련했다. 전기차 선도 도시로서의 영광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DY는 이 행사에서 영광군과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전기차 생산 기업인 FDG(오룡전동차그룹)와 투자협약도 맺었다. 영광군이 FDG의 25인승 전기버스를 구입하면 FDG는 영광에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영광군의 첫 외자 유치 사례다. 군 관계자는 “FDG와의 협약은 전기차 선도 도시 지정 이후 특화 육성 중인 e모빌리티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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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대 “영광에 항공캠퍼스”

영광군은 지난달 21일 초당대(총장 박종구)와 제2캠퍼스(항공대학)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영광에 들어서는 첫 대학캠퍼스다. 초당대 항공대학은 대마면 송죽·화평리 일원 50만㎡에 강의실, 기숙사, 격납고, 관제탑, 활주로 등을 갖추고 2021년 개교할 예정이다. 개설 학과는 운항·정비·관제·정보기술(IT)·드론과 등 모두 6개다. 항공대학 유치에 따라 영광군 인구가 1000명 이상 순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무안공항 비행훈련장을 이용해온 초당대는 학생 수가 늘면서 비행 스케줄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어 캠퍼스 이전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영광군은 초당대에 시설투자비 460억원의 절반가량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유치에 성공했다. 초당대는 항공학과 운영을 계기로 향후 해상항공사업 등 소형 항공기를 이용한 레저·관광 산업용 항공사업과 함께 항공산업클러스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영광의 e모빌리티산업에 항공클러스터의 소형 비행기, 드론 등이 더해지면 미래 소형 이동수단의 핵심 단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에 필요한 투자 유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