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광장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왼쪽)가 지난 4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오른쪽) 참가자들도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즉각 탄핵”을 외쳤다. 양측은 헌법재판소의 선고일을 전후해서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 두 개의 광장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왼쪽)가 지난 4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오른쪽) 참가자들도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즉각 탄핵”을 외쳤다. 양측은 헌법재판소의 선고일을 전후해서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주말 서울 도심 광장이 또다시 갈라졌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오는 10일께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실상 선고 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4일 탄핵 찬반 단체들은 공격적인 집회를 열었다.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측은 “탄핵 인용 시 불복”을 공언했고, 촛불집회 측은 “탄핵 후 대통합 운운하지 말라”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헌재가 6~7일께 심판 결정일을 정하면 양측 모두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 선고에 반발하는 측에서 불복 선언과 함께 대규모 공세에 나서면 ‘국가적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각하돼야” vs “대통합은 없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오후 2시께부터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부터 숭례문 앞까지 도로를 메운 시민들은 ‘탄핵은 범죄’ ‘국회 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느 때보다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 소추장은 재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해 버려야 하고, 그것을 법적으로 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불복’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이 인용되면 여러분이 혁명 주체세력이고, 내가 앞장설 것”이라며 “피를 흘리더라도 승리를 쟁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 측은 정치권을 강하게 성토했다. 안지중 퇴진행동 상황실장은 “국회의장은 국민을 믿고 특검연장법을 직권상정했어야 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이어 “야 3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후 대통합, 대화합 운운하며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충돌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께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취재하던 한 방송사 취재진이 일부 시위대에 폭행을 당했다.

헌재 선고일을 전후해서는 충돌도 우려된다. 퇴진행동은 이날 참가자들에게 “선고 전날과 당일 저녁은 광화문, 당일 아침엔 헌재 앞에 모이자”고 독려했다. 탄기국도 “심판 결정 당일 오전 헌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고, 13일 선고할 경우 12일 오후에도 모이겠다”고 공언했다.

◆“양측 모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

집회에 참가한 상당수 시민은 “나라가 걱정돼 나왔다”며 양분된 국론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조모씨(68)는 “탄핵에 반대하지만 헌재가 빨리 결정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며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일본은 위안부 동상을 트집 잡아 우리나라를 공격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35)는 “태극기 진영에서 자꾸 세를 키운다고 해 걱정돼 나왔다”면서도 “헌재의 결정과 함께 더 이상 집회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에 불복은 있을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에 불복해도 항소할 수 있는 상급법원이 없다”며 “불복은 있을 수 없고 모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양 진영이 대한민국을 다 같이 살아가는 나라로 생각하지 않고 선동만 하고 있다”며 “국론 분열이 폭력적 행태로 번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