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서 기업대출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투자 축소와 내부유보금 증가로 외부자금 수요가 줄어 은행 빚을 사상 최대규모로 줄였지만 중소기업은 은행대출도 부족해 2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773조9604조원으로 1년 새 23조8565억원 늘었다.

지난해 증가 규모 23조8000억원은 2015년 49조999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10년(11조1234억원) 이후 6년 만에 최소치다.

기업들의 은행 빚 증가세 둔화는 대기업들이 주도했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금은 작년 말 164조55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9315억원 줄었다.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빌렸던 돈을 갚아버렸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내부유보자금이 늘고 투자자금 수요는 줄어들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차입금을 상환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은 역대 최대였던 2015년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은 609조4049억원으로 1년 새 33조7880억원 늘면서 6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금은 2013년 27조원이 늘었고 2014년 35조원, 2015년 54조원이 각각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에도 자금조달을 의존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졌고 은행들이 신용도가 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조였기 때문이다.

작년 말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97조297억원으로 1년 새 약 20조원이나 급증하면서 100조원에 육박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금이 80조449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차입비용 상승과 담보·신용도 위주의 대출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린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대기업과 반대로 하락하고 자금조달 접근성도 악화하는 추세다.

산업은행은 최근 '기업대출시장 현황 및 특징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은행의 기업부실 관리가 강화되면서 기업대출규모가 작년보다 축소될 전망"이라면서 "중간 등급의 신용 기업이나 담보가 부족한 신생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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