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공직자 자녀·연예인·체육선수 병역 특별관리
스포츠단체 70여개 등서 체육선수 병적자료 받아


이른바 '금수저'로 불리는 고위공직자 자녀와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등의 병역을 특별관리하는 병역법이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이들의 병역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지위나 재력을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임)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허리 디스크나 정신질환 등 여러 사유로 병역이 면제되거나 공익으로 빠졌던 연예인이 TV에 나와 허리춤을 추고, 퀴즈 프로그램에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사례를 많이 접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병무청은 공직자와 그 자녀, 연예인, 체육선수, 고소득자와 그 자녀들에 대한 병역을 특별관리하는 내용을 병역법에 담기 위한 노력을 2004년부터 시작해 국회를 통화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5일 밝혔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산고'가 컸던 만큼 법률 시행 이후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들의 병역을 특별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라 4급 이상의 공직자와 그 자녀, 연예인, 체육선수, 고소득자와 그 자녀의 병역을 특별관리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으로부터 자료 제출 약속을 받아내고 의원들을 설득해 개정 법률을 관철하는 과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병역이행 풍토 조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병역 제도 마련과 문화 정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4호가 적시한 경기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자, 연예인, 고소득자(종합소득 과세 표준별로 적용되는 세율 중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납세 의무자)와 그 자녀가 특별관리 대상이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이달 중 공포될 것"이라며 "연예인, 체육선수, 고소득자 등에 대한 병적관리 대상자 명단을 확보하고, 병적관리 세부 절차를 병역법시행령에 반영한 후 9월 중순께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병역법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자녀들의 병적만 별도 관리하고 있다.

대상 인원은 1만741명이지만, 대다수는 이미 병역의무를 마쳐 실제 관리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79명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에 따르면 이 법 통과로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 3천850여명, 5억 이상 고소득자 2천300여명이 병역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연예인, 체육선수까지 합하면 전체 대상자는 2만3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병무청은 병적 자료를 받을 기관과 기획사, 단체 등을 어느 정도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4급 이상 공직자와 자녀 병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는 '공직자 등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보받은 자료를 일단 활용할 계획이다.

고소득자는 국세청의 협조를 받기로 했다.

연예인의 병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는 1천600여 개의 연예기획사 등에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사가 모두 망라된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 3조에 따른 대중문화예술인 중 대중문화예술사업자와 대중문화예술용역 계약을 한 연예인이면 모두 관리 대상이다.

체육선수와 관련해서는 아마추어 선수 등이 소속된 협회 66개, 프로 스포츠단체 5개, 통합체육회 등에서 병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받게 된다.

병무청과 지방병무청장은 이들이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때부터 입영, 전시근로역 편입 또는 병역 면제시까지(보충역은 복무 만료될 때까지) 병적을 별도로 분류해 관리한다.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국세청과 통합체육회, 대중문화예술사업자 등 관련 기관과 단체의 장은 병적관리 대상자 확인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공을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연예인과 체육선수 등의 병역회피 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직자와 그 자녀들이 병역이행에 모범을 보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등 자진 병역이행 분위기 조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