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침한 2030, 창밖 '멍 때리기' 효과 있네
서울 노원에 사는 임모씨(25)는 시력 검사를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의사에게 노안이 남들보다 일찍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 평소 시야가 흐리고 눈이 피로한 원인이라 생각했던 근시나 난시는 검사 결과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볼 때 눈의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 조절력이 비슷한 나이대의 평균치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노안 증세가 나타나는 나이대가 40대에서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김병엽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가까이에 있는 걸 집중해서 오래 보면 눈에 무리가 간다”며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근거리 작업이 많아져 눈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노화가 아니더라도 평소 습관이나 환경에 의해 기능이 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 침침한 2030, 창밖 '멍 때리기' 효과 있네
우리 눈은 자동으로 초점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사진기로 가까운 물체를 찍을 때 렌즈가 앞으로 나와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수정체가 거리의 원근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여 눈의 초점을 맞춘다. 김 교수는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책을 보는 것처럼 근거리에 초점을 맞출 때 수정체가 두꺼워지는데 이때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며 “장시간 지속되면 주변 근육이 쉽게 피로해진다”고 말했다.

노안은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초점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 원시와는 다르다.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읽으려 할 때 초점이 맞지 않아 글씨가 뿌옇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노안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 밖에도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자주 침침해진다.

노안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우리 눈은 20대 때부터 점점 퇴화되기 시작해 40대를 넘어서면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노안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노안 증세가 나타나는 시기는 늦출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눈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근거리 작업을 하다가도 1시간에 한 번은 휴식하고 먼 곳을 응시해 수정체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수정체 노화와 관련 있는 자외선도 피하는 게 좋다.

한 번 떨어진 기능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안경을 끼거나 수술하는 것은 노안으로 생기는 불편함을 덜 수는 있지만 수정체 기능을 개선하지는 못 한다. 김 교수는 “노안을 교정하는 수술적 방법은 20가지가 넘지만 노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며 “평소 근거리 작업이 많은 사무직 근로자는 가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등 생활 속에서 눈의 노화를 늦추기 위한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