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구인난…"급여·복지·사회인식 모두 걱정돼"

"중소기업이요? 취업할 생각 없습니다."

서울 4년제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김모(27)씨는 지난해 2월 졸업 후 2년째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구직 원서를 냈고 한 중견기업에는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견기업 입사를 포기했다.

김씨는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직장을 고를 때 급여와 복지, 주변 인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중소기업은 세 가지 면에서 모두 대기업보다 떨어지니 아직은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다니는 친구들을 봐도 김씨의 생각은 굳어진다.

비슷한 일을 하는 듯한데 연봉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중소기업보다 훨씬 많고 휴일 보장 등 복지도 대기업이 더 낫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도 다르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하고 부러워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뭔가 평가절하되는 느낌이다.

김씨는 "공기업도 주말이 보장되는 등 근무 환경이 좋고 안정적이니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은 복지와 급여 둘 중 하나만 갖춰도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분간 몇 년간은 대기업과 공기업에만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일단 어딘가에서든 일은 해야 하니 결국 중소기업도 지원하게 될 것 같다"면서도 "대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10년 일한 이모(36·여)씨는 올해 퇴사할 예정이다.

후임자만 구하면 바로 회사에서 나가려 하고 있으나 잘 구해지지 않아 걱정이다.

이씨는 "출판계가 원래 박봉인데 규모가 작을수록 월급도 더 적고, 근무도 더 불규칙하다"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출판사에 취직했는데 일하는 보람이 커도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사내 복지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씨는 "야근을 자주 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 생각도 못 한다"며 "급여가 적다 보니 육아휴직을 다 쓰고 제대로 복귀한 여성 직원이 한 명도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재작년에 도서 정가제가 도입되면서 출판사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

정부가 아무리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해도 결국은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것을 이씨는 도서정가제 도입에서 느꼈다.

이씨는 "우리나라 경제가 대부분 그렇듯이 출판계도 결국 대형 출판사 위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중소 업체 사정은 알려 하지도 않는다"며 "그러니 젊은 사람들도 중소기업은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람만으로 10년을 버텼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는 결국 '탈출'을 택했다.

이씨는 "중소기업 구인난을 해결하려면 월급 등 기본적인 부분이 받쳐줘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을 택한 만큼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