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관 스카우트하고 간호사 두고…보험사들, 보험사기 전담조사팀 강화
한 손해보험회사 보험조사부 김모 실장은 지난해 9월 지방에 있는 A한방병원에서 대규모 보험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잠입 조사했다. 직접 병원에서 침을 맞고 진료비 내역을 살펴보니 일반 병원보다 진료 항목이 많고 단가도 비쌌다. 경찰 출신인 그는 보험사기를 직감했다. 해당 손보사는 경찰과 공조해 A한방병원을 비롯한 병원 5곳이 환자 100여명과 공모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정황을 포착했다.

보험사들은 전직 경찰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전담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강화하고 있다. SIU는 1996년 삼성화재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 사정이 어려워 보험사기가 급증하자 현대해상(1997년) 동부화재(1998년) 등 다른 보험사들도 SIU 조직을 신설했다. 지금은 33곳이 SIU를 운영 중이다. 현대해상 SIU 관계자는 “여러 보험사의 SIU가 모여 공조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전보다 보험사기 수사가 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SIU의 핵심 전력은 전직 경찰관이다. 지능범죄수사과와 교통사고조사반, 강력계 출신이 많다. 이들은 경찰 수사 경험을 활용해 잠복이나 탐문 등의 조사를 벌인다. 국내 보험사 SIU에 몸담고 있는 전직 경찰관은 550여명으로 보험사별로 20~7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손해보험 사기가 늘어나면서 SIU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랙박스로 사고 장면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동차 사고와 달리 객관적으로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전체 보험사기 중 장기손해보험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1~2년 안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손보사 관계자는 “수년 전 보험사기 피해가 속출해 경찰대 출신 등을 채용해 SIU 조직 규모를 두 배로 늘렸지만 장기손해보험 사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사들이 전문 지식을 동원해 적극 방어하면 보험사기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 또 다른 손보사의 SIU 팀장은 “한 의사가 무조건 허위 진단서를 끊어준다는 소문이 돌아 감찰을 나갔지만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어 철수한 적이 있다”며 “설령 법원까지 간다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승소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보험사들은 장기손해보험 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의료 전문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의료분석요원을, 교보생명은 간호사를 SIU팀에 두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손해보험 사기가 늘어나면서 SIU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과 의료인 출신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