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기술력으로 품질·가격 '두마리 토끼' 잡았다
한국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한 명꼴로 난청을 겪고 있다. 75세 이상에서는 절반이 난청을 호소한다. 난청은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난청 증상이 나타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청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사양에 따라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국산은 대당 150만~200만원, 외국산은 200만~600만원에 이른다. 높은 가격 때문에 보청기 사용을 주저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청각장애인 중 40%는 청력이 나쁜데도 비싼 가격 때문에 보청기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헬스케어] 기술력으로 품질·가격 '두마리 토끼' 잡았다
국내 보청기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원 안팎이다. 미국 스타키, 스위스 포낙, 독일 지반투스 등 7개 외산업체가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세기보청기 대한보청기 등 국내 업체들은 외산에 밀려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능이 뛰어나면서 가격을 확 낮춘 국내 보청기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설립된 딜라이트보청기는 성능이 엇비슷한 외산 제품의 절반 가격에 제품을 내놓으면서 주목 받고 있다.

딜라이트보청기는 설립 초기부터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사람마다 귀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보청기는 맞춤형으로 제작돼야 한다. 그렇다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딜라이트보청기는 표준형 제품으로 가격을 확 낮췄다. 한국인의 귓속 모양을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같은 크기의 보청기를 여러 개 동시 생산하는 방식을 썼다. 매번 하나씩 만들던 것을 50~60개 단위로 생산하면서 제조단가를 낮췄다. 전국 주요 도시에 20여개의 직영점을 세워 유통 마진도 크게 줄였다. 대당 34만원이라는 국내 최저가 보청기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딜라이트보청기는 가격은 물론 성능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귀걸이형 보청기 7개 제품을 비교한 결과, 딜라이트보청기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에서 스타키 등 경쟁 제품을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딜라이트보청기는 기술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4채널, 8채널 제품의 키트(보청기 주요 모듈)를 자체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12채널, 16채널의 고사양 제품 개발도 완료했다. 국내 최초로 3D스캐너와 3D프린터를 이용해 보청기를 만들면서 제작 시간을 줄였다. 사람 손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밀 작업도 가능해졌다.

[헬스케어] 기술력으로 품질·가격 '두마리 토끼' 잡았다
2012년엔 독일 보청기업체 한사톤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구호림 딜라이트보청기 대표는 “선진 기업과의 기술 제휴 등으로 외산 보청기에 뒤지지 않는 고사양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딜라이트보청기는 스페인, 프랑스, 칠레,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올해는 세계 최대 보청기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