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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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입학까지 2개월 정도 비는데 그냥 시간을 보내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죠. 워낙 취업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중국어라도 먼저 배워두려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제2외국어 자격증을 따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난 17일 서울 신촌 인근 A어학원에서 만난 박소정 씨(19)는 "수강 중인 중국어반에 저 말고도 대학 신입생들이 있다"고 귀띔한 뒤 학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같은 시간대에 열린 약학대학 편입 설명회에서도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들이 보였다. 올해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한 학생은 "신입생이지만 약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설명회를 듣고 필요한 과목을 추려 1학년 1학기 수강신청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 한파가 대학 새내기들에게도 전염됐다. 대학 입학 전부터 취업준비에 나서는 신입생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조기 취업준비생'들이 늘면서 대학에 입학하면 자유를 만끽하곤 하던 '캠퍼스의 낭만'은 옛말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10년 전 대학 새내기였던 07학번 한 직장인은 "그때만 해도 신입생들은 취업에 직접 도움되는 것보다는 '꿈'에 맞는 걸 찾아서 하려 했다. 그게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 대학 신입생들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촌에 있는 한 전문대학원 입시학원 관계자도 "수강생 가운데 20대 초중반이 가장 많다"면서 "처음부터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노리고 대입을 준비한 학생들이 많다. 보통 1학년 1학기 이후 수강하러 오는데, 최근에는 인문계 전공 학생들도 제법 온다"고 전했다.

캠퍼스 안에서도 '조기 취준생' 모드가 발동됐다. 경영학이나 마케팅 등 취업에 초점을 맞춰 동아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성균관대에 입학하는 한 인문계 학생은 "취향보다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가입하려 한다"며 "마케팅이나 경영 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다. 어떤 동아리에 가입해야 취업난 속에서 빛을 볼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대학들 역시 새내기 대상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최근 '미리보기: 내 미래, 내 꿈!' 행사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학과와 연계한 취업정보 등을 제공했다. 충북 세명대의 '꿈 설계학기', 경북 대구대의 '비전캠프' 등 신입생 때부터 단계적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대학 진학 대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도 많아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전년보다 2.4%포인트 증가한 46.6%로 집계됐다. 2009년 16.7%에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탓에 일찌감치 9급 공무원 준비에 올인하는 1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강남의 P고시학원 관계자는 "이른바 '공시족' 수험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지금은 20대 초중반이 가장 많은 편"이라며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도 상당수고 심지어 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학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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