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운명의 하루'] '공' 떠안은 법원, 여론 압박 이겨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승부수를 띄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성패는 이제 법원의 손에 달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특검팀의 계속되는 구속영장 청구와 청와대 압수수색 관련 소송 등으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하고 판단하기 모호한 사안들을 자꾸 떠넘기기만 한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 특검팀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사례는 세 건뿐이다. 이 부회장(1차, 1월19일)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1월12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1차, 1월25일)이다. 이 가운데 최 전 총장은 특검팀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15일 새벽 발부돼 구속됐다. 김 전 수석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가 일부 네티즌의 부당한 공격을 받으면서 법원 내부에서조차 ‘여론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부장판사는 이달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대상에서 누락됐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양심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할 판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특검 '운명의 하루'] '공' 떠안은 법원, 여론 압박 이겨낼까
16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한정석 판사(39·사진)가 맡았다. 앞서 기각 결정을 내린 판사는 같은 사안을 다시 심사할 수 없도록 한 법원 내규에 따라 조 부장판사는 제외됐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한 판사는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2015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장전담 판사로 활동 중이다. 법조계에선 한 판사를 두고 ‘비교적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는 20일자로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승진을 앞둔 상황이어서 인사와 관련한 ‘눈치보기’식 심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한 판사는 지금까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들에게 대체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등이 한 판사 결정에 따라 구속됐다. 반면 이장석 전 넥센히어로즈 대표(1차, 사기·횡령, 불구속 기소),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1차, 뇌물수수 혐의로 추후 구속) 등의 영장은 기각했다. 최 전 총장의 첫 번째 구속영장도 한 판사가 기각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