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유럽 감염사례 실제 구제역인지도 의문

"사람도 구제역에 걸리나요?"
소, 돼지와 같이 발굽이 갈라진 동물에게 생기는 구제역이 사람에게도 전파될까.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정한 중요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의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사람이 구제역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으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게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반인은 구제역에 걸린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인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과거 농장주나 수의사 등 직업상 감염 동물과 접촉하는 사람들의 경우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최근 수십년 동안에는 이런 사례조차 없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들도 구제역을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구제역을 업무대상 감염병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감염된 동물의 살균하지 않은 우유, 유제품, 비가공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인체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다(Extremely low)"고 보고 있다.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구제역이 사람에게 건강 관련 위험을 주지 않는다(No health risk to human)"고 판단하고 있고, 국제수역사무국도 "구제역이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Not readily transmissible to human)"고 밝히고 있다.

유럽 쪽 문헌을 살펴보면 1921년부터 1969년까지 48년간 40건의 구제역 인체 감염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역은 독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 칠레, 러시아, 영국 등이었고 감염자는 농장 종사자, 수의사, 실험실 종사자였다.

이들은 농장에서 소 젖을 짜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를 섭취했고, 질병 연구를 하다가 실험실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감염자는 손, 발, 입에 물집이 생기거나 열, 인후통 등 심각하지 않은 증세만 보이다가 자연적으로 회복됐고, 사람 간 전파는 없었다.

역학 조사가 발달하기 전이고 표본도 워낙 적어 당시 발생한 병증이 구제역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많다.

아시아에서도 구제역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가축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발생 보고가 없었다는 점도 위험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보건당국은 구제역에 걸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50도 이상에서 파괴된다.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설령 인체에 들어간다고 해도 강력한 위산에 의해 사멸된다는 것이다.

우유 역시 130도 이상의 고온에서 살균되고 있고, 저온 살균도 최소 70도 이상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이런데도 구제역에 걸린 동물과의 접촉을 막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에 머물면서 다른 동물에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 보건상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