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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재용 지배력 강화에 변수

국회가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일명 '이재용법'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막아 기업의 편법 승계를 막겠다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국회 통과 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분할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던 삼성의 구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13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7월 대표발의한 이 법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인이 보유한 자사 주식인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의 지분 비율만큼 배정받는다.

지주사는 자사주 비율대로 자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 덕분에 회사가 쪼개지게 되면 지배주주의 의결권은 지주회사와 자회사 양쪽에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박용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상법에서 자사주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에 반하며 주주 평등주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제정의에도 어긋난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는 12.8%이다.

이 자사주를 이용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신설된 자회사 주식의 12.8%를 확보하게 되고, 이 자회사의 의결권을 사실상 이 부회장이 행사하게 된다.

돈을 더 들이지 않고도 35조원어치의 자사주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11월 말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 중"이라며 검토에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0.6%. 부친 이건희 회장(3.54%)과 계열사의 지분을 합해도 18.8%에 그친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따라서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의 밑그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별도로 자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200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어렵다.

삼성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한 롯데그룹, 올 상반기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 매일유업, 오리온 등은 이런 '마법'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야3당은 이재용법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새누리당에서 1년 유예안을 들고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유예기간 내에 처리하는 쪽으로 오히려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