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차 국회 보좌관 서인석 씨 "자신 드러내지 않고, 남이 찾는 인재돼야"
“뉴스에 나오는 국회의 ‘물고 뜯는 모습’은 국회 전체 중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실 스포트라이트는 뭔가 이상한 곳을 겨냥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일들 말고도 국회에선 각종 분야와 관련된 입법 활동이 매일 진행되고 있어요. ‘정상적인 활동’은 방송에 나오지 않아요.”

23년차 국회 보좌관이자 《국회 보좌관에 도전하라》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 등 여러 책을 통해 일반인은 잘 모르는 국회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온 서인석 보좌관(53·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배우라면 국회 보좌관은 의원이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구성하는 감독, 작가, 조명 등의 모든 역할을 하는 직업”이라며 “예전엔 ‘국회의원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이란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이젠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석·박사학위를 딴 사람 중에서도 국회 보좌관이 되려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좌관은 4급 별정직 공무원이다. 공채는 없고 의원실마다 필요 인원이 생길 때 별도로 뽑는 형식이다. 가끔 의원이 개별적으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임기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의원 따라가는 파리 목숨”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비정규직이다.

서 보좌관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사 생활을 잠시 하다 지인의 부탁으로 1995년 국회 보좌관이 됐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5명의 국회의원과 일했고 여야 정당을 넘나들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서 보좌관은 “보좌관으로 생계를 꾸리려면 어느 정당 의원이든 탐낼 만한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4년마다 새 국회가 들어서면 초선의원 대부분은 의원 업무를 잘 몰라요. 그럴 때 보좌관까지 어설프면 모든 게 다 어그러지죠. 그래서 보좌관으로 오래 일한 사람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많이 써줬어요.”

서 보좌관이 가장 강조하는 국회 보좌관의 자질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내는 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보좌관의 성과는 곧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그 대신 국회에서 ‘이 업무는 내가 가장 자신있다’는 것을 찾아내서 도움을 주고 남들이 찾아주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