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영대학에서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과정(AMP)에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수업’이 있다. 2개 교시의 강의가 끝나고 열리는 ‘3교시’다. 고려대 AMP는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이 학교 인근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갖는 교류의 시간도 정규 프로그램에 넣었다. 끈끈한 교우 관계를 구축해 네트워크 자산으로 활용하라는 취지에서다.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동기는 물론 선배들도 참석하는 자리를 마련해 고려대 특유의 친밀한 동문 관계를 AMP에서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고려대 경영대학 AMP가 올해 평가에서 두 계단 오르며 2위를 탈환한 데 대해 “경기가 어려울수록 ‘우리가 남이가’라는 네트워크 수요가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수강생 늘어난 고려대 AMP

[한경, 2017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 고려대 '네트워크의 힘' 더 키워 2위 탈환…KAIST '미래 평판' 최고
최고경영자과정 평가에서는 서울대 경영대학 AMP가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서울대 AMP는 입학하고 싶은 과정 순위, 평판도, 과정의 우수성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서울대 경영대학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모집 정원을 채우기 힘든 대학이 많지만 서울대 AMP는 2~3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강생 중엔 재수생, 삼수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작년 KAIST 연세대에 이어 4위였지만 2년 만에 2위를 되찾았다. 고려대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네트워크 강점과 함께 교육프로그램 및 수강생 구성을 혁신한 데 따른 것이라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고려대 AMP는 다른 최고위과정과의 차별화를 위해 커리큘럼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강의 내용을 100% 새로 짰다. 네트워크의 힘을 키우기 위해 2세 기업인을 선발해 60대인 수강생 평균연령을 50대 초반까지 낮췄다. 네트워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면접을 강화해 지원자 중 10명 이상을 탈락시켰다. 김상용 주임교수는 “생명공학 관련 강의 등 이공계 콘텐츠도 포함하는 등 강의 내용을 모두 바꿨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경영대학 AMP는 동문 네트워크 관리로 유명하다. 1976년부터 교우회를 운영하고 있고 교우는 5000여명에 달한다. 선배 기수, 동기, 과정 중인 후배와 함께 수강하며 3배수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특별 주제강의’ 등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권수영 학장은 “AMP를 수강하는 목적이 경영에 필요한 지식 습득이 절반, 지도층 인사 간 네트워크가 절반이라고 하는데 고려대는 네트워크가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기대되는 과정은 KAIST, 성균관대

KAIST 최고경영자과정은 평가에서 4위였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곳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KAIST는 새로운 트렌드와 신기술을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탄탄한 강의로 평가받고 있다. KAIST는 앞서가는 최고경영자과정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과정을 개설한 1994년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이메일 보내기 등 컴퓨터를 활용하는 이른바 ‘컴맹 탈출’ 강의를 처음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로봇 바이오 등 신기술 트렌드와 비즈니스 노하우를 접목하는 ‘이머징 테크놀로지’나 CEO들이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경영 트렌드를 배우는 ‘디자인 싱킹’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과정을 개발한 것도 특징이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W-AMP)도 현재 평가에서 5위에 그쳤지만 평판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과정 4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기업 임원들이 가장 입학하고 싶은 AMP는 서울대, 고려대, KAIST, 중앙대 순이었다. 중앙대 AMP는 응답자의 62.5%가 입학을 희망하는 이유로 네트워크 구축을 꼽았다. 인사팀이 평가한 우수 최고위과정 순위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순이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