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학 양대산맥' 이영훈·양동휴 서울대 교수 정년 퇴임
경제사학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두 명의 경제학자가 나란히 강단을 떠난다. 이달 28일 정년 퇴임하는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영훈 교수(65)와 양동휴 교수(65)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30년 넘게 동·서양 경제사학계를 이끌어왔다.

이 교수는 6일 “2300~2400년에 이르는 한국 경제사의 인과관계를 실증적으로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며 “현대 한국인과 경제단위인 가계의 역사적 발전 과정이 주된 관심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식민지근대화론(한국현대문명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뉴라이트 계열 대표 학자다. 지난달 정년 퇴임에 앞서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한국 경제사》를 펴냈다. 이 교수는 일제강점기가 일본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한반도에 근대적 자본주의를 유입시켰고, 이런 ‘경험적 축적’이 해방 후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해왔다. 조선후기 고문서와 사료를 발굴하고 통계화해 기존 한국사학계의 자본주의 맹아론, 내재적 발전론을 반박했다. 국내 역사학계의 탈민족주의화와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현재 시국 혼란의 근본적 원인은 근대 문명의 핵심 가치인 자유로운 ‘개인’과 이를 통합하는 ‘법’에 대한 이해 부재 때문”이라며 “식민지 시절과 해방 후 권위주의적 근대화로 한국 사회엔 여전히 자유와 법치가 온전히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도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간 연구소인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19세기 한성의 시장 구조와 물가를 통해 본 경제변동이 최근의 관심사”라며 “연구뿐 아니라 그동안 낸 전문서를 쉽게 풀어쓴 대중서도 집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공황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원인을 금본위제로 대표되는 당시 국제통화제도의 취약성과 각국의 조율되지 않은 정책 결과로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헤지펀드·투자은행 등 ‘그림자 금융(섀도 뱅킹) 시스템’을 위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양 교수는 “기존의 공식적 금융 경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위험 관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대공황시대》 《20세기 경제사》 《경제학산책》 등 전문서와 교양서를 아우르는 다양한 저작을 남겼다. 양 교수는 세상을 분석하는 통찰력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정년 퇴임 후에는 서울대 명예교수를 맡는다. 그는 “조용히 은퇴하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