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적 제재 한계 뚜렷, 소셜미디어 책임소재 불분명
전문가 "시급히 가짜뉴스 개념 정립하고 제재 규정 만들어야"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가짜뉴스' 범람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완벽히 제재할 수단이 없어 소셜미디어, 포털 사이트업체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실시간으로 걸러내기 어렵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짜뉴스 확산의 책임을 어디까지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도 아직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달 7일 한 인터넷 매체가 올린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반기문, 대통령 출마 UN 출마제동 가능' 등의 가짜뉴스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상황이다.

여권 내 대권주자 지지도 1위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이 기사는 최초 보도 직후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유포됐고, 급기야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이를 인용해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에 활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반 전 총장도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발표하며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가짜뉴스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가짜뉴스의 개념을 정립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명확한 규제조항 신설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가짜뉴스의 통로로는 포털사이트가 주목된다.

대부분의 국민이 뉴스를 접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포털사이트는 해외 사이트와 달리 가짜뉴스가 범람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경우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자사 뉴스면에 걸리는 기사를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누구나 원하면 입점해 뉴스를 노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방식이지만 국내 포털은 뉴스 제공 사업자를 검증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뉴스를 노출하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노출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돼 몸살을 앓았던 페이스북은 대선 기간 국내에서 가짜뉴스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기존에도 명예훼손 등과 관련해서 정부 기관과 원활하게 공조했다"며 "선관위에서 가짜뉴스 게시물 삭제 요청 또는 국내에서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하고 있다"고 2일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이들이 취하고 있는 가짜뉴스 제재수단이 사후적 성격이 강해 근본적으로 가짜뉴스 퇴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 등 해외 페이스북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3의 기관을 통해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게시물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일단 제3의 기관을 통해 팩트체크를 하려면 믿을만한 기관이나 언론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플랫폼의 모든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용자 신고가 활발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이를 점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SNS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단순한 뉴스 전달자인지, 이를 적극적으로 확산해내는 미디어 기업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도 이들이 가짜뉴스 정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신문과 방송'(1월호)에 발표한 '가짜뉴스 유통과 플랫폼의 책임'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온라인 콘텐츠의 단순 매개자인지, 나름의 알고리즘을 통해 일종의 편집권을 행사하는 사업자인지 결론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가짜뉴스를 구분해내고 이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면 이를 가려낼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명백히 규제해야 한다"며 다만 "정부나 특정 후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제재할 수도 있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sujin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