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개혁안 귀추 주목…"발전 위한 변화 느려도 오고 있다"

대통령과 재벌의 권력 약화와 함께 한국에 변화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FT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들어 한국이 개혁을 접고 결국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도 주춤한 한국의 상황은 결국 한국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공직 부패와 사회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 역시 또 한 번 시들해지고 있다는 기색으로 읽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FT가 소유한 분석기관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이러한 결론은 틀렸을 수 있다면서 법원보다는 의회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과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의원들이 성난 여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헌법, 기업 개혁에 시동을 걸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법인세 인상 논의를 먼저 지목한 뒤 이런 움직임의 결과로 정부 재정이 진작되고 더 너그러운 복지 지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주주 소송제, 전·현직 임원의 이사직 금지, 외부 감사를 이사회에 의무적으로 들이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는 개혁으로 주목했다.

FT는 순환출자 단속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를 주목하며 이 개혁안이 완전히 이행되면 재벌이 현재 유지하는 지배구조가 해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개혁과 동시에 정계에서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입법부의 견제 권한을 강화하고 총리의 행정권에 더 많은 힘을 싣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FT는 변화는 느리더라도 오고 있다면서, 재벌 권력 약화가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신규, 소규모 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혁신과 고용, 성장을 신장시키고 한국뿐 아니라 한국 금융자산에도 좋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