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가 주최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전문병원의 역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전문병원협의회의 서동원 대외협력위원장, 도은식 홍보위원장, 신준식 고문, 정규형 회장, 김용란 재무위원장, 김현배 기획위원, 박영태 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가 주최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전문병원의 역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전문병원협의회의 서동원 대외협력위원장, 도은식 홍보위원장, 신준식 고문, 정규형 회장, 김용란 재무위원장, 김현배 기획위원, 박영태 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전문병원제도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해결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중요합니다. 건강보험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병원 스스로도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13층 소회의실에서 연 ‘한국의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전문병원의 역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전문병원은 한두 개 진료만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기 때문에 해당 진료 분야에서 대학병원 이상의 실력을 갖춘 병원이 많다”며 “대형 대학병원에 준하는 의료비 심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장 사회로 열린 좌담회엔 대한전문병원협의회의 정규형 회장(한길안과병원 이사장), 신준식 고문(자생한방병원 이사장), 도은식 홍보위원장(더조은병원장), 김용란 재무위원장(김안과병원장), 서동원 대외협력위원장(바른세상병원장), 김현배 기획위원(분당 러스크병원장)이 참석했다.

▷사회(박영태 부장)=2011년 전문병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6년이 됐습니다. 전문병원제도 시행 성과도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을 텐데요. 의료현장에 계신 병원장으로서 전문병원 역할과 제도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용란 위원장=‘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자조적인 말처럼 그동안 환자들이 큰 병원을 선호하고 몰린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병원의 유명 교수 진료를 받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병원 제도가 탄생했습니다. 전문병원들은 인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시설을 투자하고 의료인력을 확보해 질적으로 성장했고 실력도 늘었습니다. 안과 심장 화상 수지접합 재활 등의 진료과목에서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기시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해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전문병원 제도 시행의 취지가 잘 반영되고 있습니다.

▷사회=전문병원들은 높은 의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경영면에서는 어떻습니까.

▷서동원 위원장=전문병원으로 지정받으려면 환자 구성비율, 의료인력, 필수 진료과목, 병상 수, 임상의 질, 의료 서비스 수준 등 다양한 항목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대학병원 이상의 실력을 갖춘 병원이 많지만 의료현장에서 대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료비 인정 기준 적용만 보더라도 대형 대학병원(3차병원)과 전문병원은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대형 대학병원에 준하는 의료비 심사체계를 확립해야 합니다.

▷사회=전문병원이 아닌데도 전문병원 용어를 활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도은식 위원장=환자들이 전문병원을 많이 알고 찾아와야 하는데 아직 좀 부족합니다. 전문병원 제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벌써 2기를 맞았기 때문에 전문병원들도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문병원들은 고령 수술 등 어려운 수술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입니다. 정부와 언론, 병원 등이 힘을 합쳐 더 많이 알려야 합니다. 보험수가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홍보도 중요합니다. 제도를 정확하게 알리고 국민들이 많이 찾게 되면 중소병원들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규형 회장=시범사업까지 포함하면 전문병원이 생긴 지 12년 정도 됐습니다. 12년이면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자랍니다.

▷사회=전문병원은 비급여 진료가 많다는 오해도 있습니다.

▷도 위원장=척추 분야에 비급여 진료 코드가 많지만 실제 조사해 보니 전문병원의 비급여 진료 비율은 높지 않았습니다. 큰 수술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전문병원 인증을 받은 곳과 인증 받지 않고 전문병원을 내걸고 있는 병원들을 비교해 보면 전문병원의 비급여 진료는 오히려 적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 위원장=전문병원이 아닌 관절 척추 병원 중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삭감을 받지 않으려고 비급여 치료를 많이 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교과서적 치료를 하는 전문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아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보험수가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회=한방병원은 어떻습니까.

▷신준식 고문=한방은 모든 과를 다 보는 특성이 있어서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으로 전문성이 높아지고 관련 논문도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환자 선호도도 좋아졌습니다. 다만 척추, 중풍 등의 한방전문병원이 있는데 진료 성적이 우수해도 한방이라는 이유로 환자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전문병원 기준이 양방에 맞춰져 있어 한방 특성상 맞출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한방은 실손보험, 건강보험 등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보험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전문병원끼리 학술대회나 국제 세미나 등을 열면 양·한방 진료 파트 간 이해를 높이고 서로의 애로사항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회=전문병원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 회장=심뇌혈관, 수지접합, 화상 등 전문병원은 해당 분야 응급환자 처치 및 치료시스템을 대학병원 이상으로 잘 갖추고 있습니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포진해 있지만 현행 응급의료 전달체계에서 배제돼 있어 의료자원이 낭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역응급센터나 권역외상센터에 일정 시설 기준을 갖춘 전문병원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상급종합병원 가산율은 30%지만 전문병원은 20%로 낮아 유리합니다. 환자 개인 부담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의료비 절감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재활병원은 어려움이 없습니까.

▷김현배 위원=2006년 병원을 개원할 때 100여개 재활병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10~20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재활병원 운영이 어렵습니다. 전문병원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인증이 필요한데 재활병원은 의료기관 인증을 받는 것부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재활병원 신청을 포기하는 곳이 많습니다. 급성기, 만성기 외에 회복기 치료를 위한 병원 인증이 필요합니다. 재활병원을 별도 병원 종별항목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의료기관 인증원에서 재활 전문병원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전문병원 숫자 확대에 대한 논의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ㅠ=전문병원 심사에 사회공헌 등의 기준을 넣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전문병원제도는 상급병원에 준하는 기술을 가진 병원을 키운다는 취지도 있지만 중소병원의 활로를 터주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숫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아무 병원이나 전문병원이 돼서는 안됩니다.

▷사회=병원마다 경영 전략에 따라 전문병원과 종합병원 사이에서 방향을 정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도 위원장=한 진료 분야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병원이 커지면 전문 진료 분야 환자 비율이 줄어 탈락하는 일도 있습니다. 해당 병원을 찾는 전체 환자 중 전문분야 환자 비율이 얼마인지만 따지지 말고 해당 분야의 전국 환자 중 해당 병원 환자 퍼센트가 얼마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으면 전문병원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정리=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