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송환 결정 시기 전후 마음 바뀌지 않는 한 장기화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 구금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자진 귀국하는 쪽으로 변심했다는 징후는 24일 오전 현재까지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한국 특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로 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날 한국 특검이 밝힌 대로, 또 덴마크 검찰이 그 이전 연합뉴스에 확인한 대로 정 씨의 송환 결정이 오는 30일 이전에 나온다 해도 실제 송환 여부와 시기는 기약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 검찰은 일단, 정 씨를 조사한 경찰의 조사 보고서와 한국으로부터 건네받은 범죄인 인도 청구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30일 오후에는 송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 씨의 구금 시한이 30일 오후 9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스러운 연역이다.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결정 공표의 주체는 덴마크 법무부가 아니라 검찰이다.

덴마크 검찰은 유사 사건의 전례로 미뤄볼 때 2∼3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한국에서 이번 사안이 중대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덴마크 검찰이 구금 기간 연장 없이 이번에 송환을 결정해도 정 씨의 실제 송환 여부와 그 시기는 이에 좌우되는 대신 그가 이의 제기를 거쳐 다투게 될 소송전 추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덴마크 사법 체계에 따라 정 씨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3심을 거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달리 대법원 심판까지 받으려면 사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위가 대법원까지 갈 필요 없다고 보면 고법 판결이 확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적어도 수개월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 씨 측이 현지 변호인으로 선임한 검찰 출신의 페테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의 존재는 그 알 수도 없는 기간이 한층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다다익선보다 소수 알짜 수임 전략을 쓴다는 그는 전문팀을 꾸려 의뢰인의 모든 혐의를 쟁점화하면서 소송전의 시간을 끄는 데 능수능란한 형사 사건 전문가라는 게 덴마크 법조계의 평가다.

돈세탁 등 경제사건에 특화됐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스타일을 복서에 견주자면 '인파이터'보다는 '아웃복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 씨가 바로 이러한 엘리트 변호인의 조력 아래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한국 특검의 1차 활동시한인 2월 28일을 넘기는 것은 물론, 연장 시 최종 활동시한인 3월 30일도 지나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주변에선 벌써,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일이 생긴다면 관심은 온통 거기로 쏠릴 것이라며 정 씨가 가장 바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 자신의 존재가 잊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보르<덴마크>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