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운용회사인 도이치뱅크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에서 이겼다.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이후 12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결이다. 다른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김경)는 20일 “도이치뱅크는 김모씨를 비롯한 여섯 명의 대표자 등 피해자들에게 85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이 본 손해는 주가연계증권에 내재하는 위험 때문이라기보다 도이치뱅크가 주가를 낮춰 만기 상환 조건을 이루지 못하게 할 의도로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손실을 본 투자자 464명 모두에게 효력이 미친다.

이번 소송은 2012년 3월 시작됐다. 국민은행과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냈다. 도이치뱅크는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 주식시장 종료 시점에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해 종가가 만기 상환 기준가보다 낮아졌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이 상품은 2007년 8월 198억원어치가 팔렸다. 증권집단소송은 지금까지 아홉 건이 접수됐고 대법원은 도이치뱅크 건을 포함해 세 건을 집단소송으로 허가했다.

이상엽/임도원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