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한경DB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한경DB
울산 경제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대기업 노조의 파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울산지역 실업률은 4.3%로 전년 동월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실업률은 전년과 같은 3.2% 수준으로 울산의 실업률과 증가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8000명(44.4%) 증가한 2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다.
울산 지역 임금체불 400억 넘었다
울산 실업률이 높은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 6만6600여명(사내 협력업체 포함)에 달하던 직원이 희망퇴직과 분사 및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해 말 5만200여명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고 식당가는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18만3867명(외국인 6835명)이던 동구 인구는 2015년 18만1598명(외국인 6510명), 지난해 17만9333명(외국인 4819명)으로 감소했다.

석유화학업종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제1 수출도시 울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저유가와 수출단가 하락, 셰일가스 개발 확대 등 대외적 요인으로 울산의 지난해 총수출액은 652억달러를 기록해 703억달러를 달성한 충남에 밀려 전국 수출 순위 3위로 떨어졌다, 2012년 전국 수출 1위를 차지했던 울산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위 도시로 밀려났다.

조선과 석유화학 플랜트 업종을 중심으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온산국가산단에는 포스코플랜텍 등 20~30개 공장이 매물로 나와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974년 공단 조성 이래 공장 매물이 한꺼번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장용지 가격도 3.3㎡당 120만~140만원으로 2년 전 150만~160만원보다 최고 25% 내렸다”고 말했다.

울산의 지난해 체불임금은 400억원대를 넘어섰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2011년 체불임금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울산지역 최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는 등 연초부터 강성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 12년 만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재가입했다.

지난해 24차례 파업으로 3조원 가까운 매출 손실을 입힌 현대차 노조도 최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올해 회사의 임금체계 개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히는 등 험난한 노사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전투적 노사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울산이 과거와 같은 번영을 되찾기 힘들다”며 “울산이 세계 최고 기업도시로 거듭나도록 노와 사,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