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학과 학생 47명 특별채용
"회사 잘 되는 길이 곧 애국…주인의식 갖고 일할 겁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해봤어’와 ‘500원 거북선’으로 상징되는 현대정신 특강이 한창이었다.

강사로 나선 27년 근무 경력의 장호일 현대중공업 인재교육원 부장은 “경험도, 자금도 전무하던 시절 차관을 얻기 위해 영국까지 찾아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를 보여주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고 설득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언제나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 현대중공업 신화의 시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그룹연수 사흘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 불황에도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대졸 직원을 채용했다. 다른 조선업체는 하반기 대졸 공채를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현대중공업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신입사원 47명을 뽑았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에서 선발한 23명을 합하면 모두 70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조선업 불황에도 조선공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지난 11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신입사원들이 “현대중공업 사랑해요”를 외치며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조선업 불황에도 조선공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지난 11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신입사원들이 “현대중공업 사랑해요”를 외치며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조선불황에도 대졸 47명 채용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혹독한 한 해를 보냈지만 매년 해오던 대졸 채용을 멈출 수 없었다. 다만 대졸 공채 방식이 아니라 전국 대학의 조선학과(조선공학, 조선해양) 출신을 대상으로 한 추천채용 방식을 택했다. 채용 전형도 공채와 달리했다. 각 대학에서 추천받은 학생에게 별도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를 치르지 않고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면접은 두 차례 진행했다. 1차면접 땐 회사 임원이 직접 추천받은 학생들의 학교를 찾아갔다. 각 대학교수가 추천한 학생이기에 깊이있는 전공지식보다는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주된 질문거리였다. 오민지 씨(24·서울대 조선해양공학)는 “살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낀 때는 언제였는지, 면접위원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 준다면, 조선산업의 정보기술(IT) 활용 방안, 현대중공업이 해 볼 수 있는 사업분야는 무엇인가 등을 질문했다”며 면접 때 기억을 떠올렸다.

2차 사장단 면접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그룹연수 첫날 신입사원들에게 “조선업 안팎으로 걱정의 소리가 많지만 현대중공업은 체질 개선으로 더 나아질 기반을 마련했다”며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사장이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을 200%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은 1주일(9~13일)간 그룹연수와 2주간(16~26일)의 각사 연수 후 2월 말 이들을 부서에 배치할 예정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대중공업”

이번에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대부분 조선공학과 출신 또는 산학연계 장학생이다. 울산대 조선해양학과를 2월에 졸업하는 김현우 씨(28)는 “할아버지는 어부였고, 아버지도 조선업계에서 한평생을 보냈다”며 “태어날 때부터 조선업을 해야 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 안인규 씨(28)는 “2009년(대학 2학년) 전공선택을 할 때 조선 경기가 활황이어서 고민도 하지 않고 조선학과를 지원했는데 업황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하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조선학과 특별채용을 한 덕분에 전공을 살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특별채용 때 각 대학 조선학과에 학생 정원에 따라 10~40명까지 추천해 줄 것을 의뢰했다. 오씨는 “같은 과의 많은 동기가 취업이 안 돼 대학원이나 공무원,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석·박사 선배들의 취업난도 심각하다”며 “현대중공업에는 이번에 9명이 입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채용을 통해 전국 14개 대학의 조선 관련 학과 학생을 선발했다.

어렵게 뽑힌 만큼 신입사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오씨는 “적당히 일해서 월급받겠다는 생각보다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주인의식으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도 “현대중공업이 잘되는 길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안씨는 “열심히 배우고, 배운 것을 회사에 쏟아부어 현대중공업이 명성을 되찾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공태윤 기자 / 최윤 잡 인턴기자(중앙대 4년)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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