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적은 '노란 종이배'에 소망 새긴 '달고나'도 등장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현장에는 세밑에 열린 만큼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적는 현장이 곳곳에 펼쳐졌다.

시민들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떠올리며 시국도, 개인사도 올 한해보다는 낫길 바라면서 각자의 소원을 적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광화문 광장 북측에 시민들이 노란 종이배에 새해 소원 세 가지를 적을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에서 이날 집회에 '송박영신'(送朴迎新)이란 이름을 붙인 덕인지 이와 관련한 소원을 적은 시민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은 김인곤(58) 씨는 "'송박영신' 뜻대로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고, 새해에는 우리나라가 정의로운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소원을 적었다"고 말했다.

현 시국과 개인의 소망을 엮어서 적은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정은미(44)씨는 "남편 회사가 정권에 '삥 뜯기지' 않게 해달라"고 적었다"면서 "아이 아빠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버는 돈이 정권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속상해서 이런 소원을 빌었다"고 이야기했다.

부모님과 함께 집회 현장에 온 어린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가족 건강' 등의 소원을 또박또박 적었다.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 이순신상 옆에는 미술가들 모임인 '광화문 미술행동'이 노란 리본에 새해 소원을 적어 대형 촛불 형상에 붙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과 함께 '학생들이 하늘에서 편안하길 바라요'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소망들이 주를 이뤘다.

광장 한쪽에는 무료로 간식거리인 '달고나'에 그림 대신 새해 소망을 담은 단어를 새겨주는 예술가도 등장했다.

자신을 '퍼포먼스 예술가'라고 소개한 이장욱(29)씨는 "연말이라 시민들과 따뜻한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새겼느냐는 물음에 이씨는 "'퇴진', '하야' 같은 단어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은 '희망', '사랑', '소망'을 새겨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