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서 41명 세월호 유족과 시민, 해넘이·해맞이 나서
표창원 의원·세월호 마지막 생존자·4인 가족 모두 "세월호 인양·진상규명"


"새해 소망은 세월호를 인양해 미수습자를 우리 품에 다시 안고, 참사 진상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세밑인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경기도 안산에서, 광주에서, 서울에서 모인 40여명이 국화꽃과 차례상 음식을 품에 안고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세밑과 새해 첫날을 세월호 인양 작업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동거차도에서 보내기 위해 모여든 세월호 유족, 생존자, 일반 시민들이다.

동거차도에 상주하는 10명의 세월호 가족, 4·16연대 관계자 9명, 일반 시민 18명 등 모두 41명의 참가객 사이에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보였다.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인양기원 동거차도 2017년 새해맞이 행사'는 매해 새해 팽목항에 차리던 차례상을 참사해역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동거차도에 차리고자 기획됐다.

세월호 유족들은 출발 전날 단원고 희생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장만했다.

31일 오전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 동거차도에 도착한 참가단은 마을 회관에 짐을 풀고 세밑을 보내고 새해 맞을 준비를 했다.

2016년 마지막 석양을 보며 참석자들은 동거차도 언덕에 있는 감시초소에서 소원을 적어 매단 풍선을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목놓아 부르며 1.2㎞ 떨어진 사고해역에서 인양 작업 바지 너머로 날려보냈다.

세월호 유족 등은 이날 자정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인양을 촉구하는 마음'을 담아 펼친 풍선날리기 퍼포먼스 영상을 보내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1일 자정에는 새해맞이 행사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의미로 촛불을 304초간 밝히고, 추모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

1일 새벽에는 새해 해맞이에 나서 세월호 참사 해역 쪽에 차례상을 차리고, 기원문을 낭독한다.

동거차도 새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40)씨는 세월호에서 구조된 후 처음 방문하는 사고 해역에 가까워지자 "무섭다"고 말하며 괴로워했다.

참사 당시 소방호스로 단원고 학생들을 마지막까지 끌어올리다 구조된 김씨는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생존자로 알려졌다.

참사 발생 후 2년 뒤에야 세월호 가족들과 진상규명 활동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답답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참사해역을 찾았다"며 "세월호 희생자를 왜 구조하지 못했냐를 규명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그동안 국회와 저희 당이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에 세월호 참사 해역이 내려다 보이는 동거차도가 새해를 맞을 가장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새해를 맞이하며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깨끗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원고 희생자 김웅기 학생의 어머니 윤옥희(52)씨는 "지난해에는 팽목항에 차례상을 차렸는데 올해는 더욱 가까운 곳에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동거차도로 왔다"며 "새해는 모두가 소망을 바라고 좋은 날인데 세월호 미수습자들 가족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리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광주에서 아내, 초등학교 5학년, 5살 아들과 함께 동거차도 새해맞이에 나선 박준혁(43)씨는 "늘 하던 송년회가 아닌 의미 있는 새해맞이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나섰다"며 "올해는 우리 가족 건강이라는 바람보다는 세월호 문제 해결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