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오후 소환 조사…성적 관련 비리 연루·"최순실 안다" 진술
최순실 '교육농단' 수사 속도…'국제 수배' 정유라 귀국할지 주목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1일 류철균(50)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긴급체포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금일 정유라에 관한 이대 학사 비리와 관련해 류철균 교수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오후 7시께 류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해 밤샘 조사를 하고 이날 오전 6시께 긴급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류 교수가 현직 교수인 점과 진술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가 정유라 씨에게 대리시험을 보도록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이 특검보는 "조사 과정에서대리시험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정유라의 성적과 관련된 관계자 비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류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를 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관련 질문에 "류 교수가 최순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자세한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류 교수는 이대 융합콘텐츠학과장으로, 정 씨에게 각종 학사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소설 '영원한 제국'을 쓴 작가이자 최근에는 게임·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로 유명한 류 교수는 올해 1학기 수업에서 정 씨에게 가산점을 줘 낙제를 면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출석 미달인 정 씨에게 학점을 줬다는 의혹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이대에 대한 감사에서 류 교수의 비위 의혹을 적발하고 그에 대한 경징계 권고와 함께 수사 의뢰를 했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류 교수는 최순실 씨의 힘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 씨와 가깝다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차 씨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구치소에 수감된 류 교수는 이날 오후 2시께 특검팀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은색 양복 차림에 호송차를 타고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도착한 류 교수는 '정 씨가 대리시험을 보도록 해줬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를 받으러 올라갔다.

특검팀은 29일 이대 입학·학사 관련 부서 사무실과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정 씨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에 관한 다수의 물증을 확보했다.

특검팀이 이대 사무실과 관련자 주거지 압수수색에 이어 류 교수를 긴급체포한 것은 정 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를 포함한 최순실 씨의 '교육 농단'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 씨는 귀국을 계속 미루고 있다.

특검팀은 20일 정 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데 이어 지명수배를 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자진 귀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독일 현지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류철균 교수는 1993년 장편소설 '영원한 제국'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1997년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작품 '인간의 길'이 발표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송진원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