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람으로 전염 가능성 낮아…주변 고양이 살처분 없다"

고양이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국은 사람이 고양이를 통해 AI에 감염될 확률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AI 사태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고양이→사람 감염 사례 없다…"안심은 아직 일러"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5~26일 포천에서 집고양이 1마리와 길고양이 새끼 1마리가 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지난해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된 이후 포유류에서 AI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일단 고양이가 사람에 AI를 옮길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AI에 감염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며 "다만 H5형 AI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긴 사례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AI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인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조류 AI가 사람에게 감염되듯이 고양이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며 "그러나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사례는 없으며 주시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바이러스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이지만 AI에 감염된 닭·오리 등의 분변, 깃털 등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한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 수의사가 고양이로부터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수의사는 가벼운 증상을 앓고 나서 회복됐지만 고양이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수의사가 근무한 동물보호소에서는 최근 한 달여 사이에 45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H7N2 AI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해당 수의사에 대한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AI가 감염된 첫 사례가 된다.

이희수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장은 "중국에서 H5N6형 바이러스로 인해 고양이가 폐사했고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며 "미국 수의사 사례 등도 있는데 바이러스 유형이 여러 가지기 때문에 우리도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주춤하던 AI, 다시 확산하나
전국적으로 AI 의심신고가 줄어 반색하던 방역당국은 고양이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하자 다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10~14건에 달했던 AI 의심 신고는 27일 1건, 28일 0건, 29일 1건 등으로 사흘 연속 1건 내외를 기록했다.

이에 당국은 조심스럽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AI 조기 종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 들어 처음으로 포유류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인필 교수는 "야생동물의 경우 살처분 후 남은 잔존물 등을 먹었다가 AI에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포천 역시 이미 AI가 발생한 지역이었던 만큼 이런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포천 지역의 경우 이미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고양이의 활동 반경 등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으로 다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AI에 감염됐다고 해서 AI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다만 들쥐나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에 의해 AI가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가금농장에 동물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쥐잡기 작업을 하는 등 기존의 방역조치를 재점검하고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로 인해 길고양이가 살처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길고양이를 일일이 잡아서 처리하지 못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며 "혹시 감염된 고양이가 닭이나 오리 농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 방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정빛나 기자 double@yna.co.kr